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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못 믿겠다…최악 미세먼지에 '방독면' 출근

이슬기 기자I 2018.03.27 06:45:00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올들어 네번째 시행
방독면 판매 최근 한달 새 판매량 크게 늘어
방독면 쓴 회사원 임재연씨 "타인 시선보다 건강이 우선"
"일반 방한용 아닌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 구입해야"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일반 마스크로는 미세먼지를 막을 수 없어 필터 달린 마스크를 구했어요.”

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탓에 얼마 전 공기정화 필터가 붙어 있는 고성능 마스크를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샀다. 김씨는 ”예전엔 일반 마스크도 누가 손에 쥐여줘야만 쓸 정도였는데 요즘에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바깥이 아니라 실내에만 있어도 목이 따가워서 성능이 좋은 마스크를 샀다”고 말했다. 공기정화 필터가 달린 고성능 마스크는 개당 비용 5만원에서 10만원 선이다.

◇산업용 마스크도 못 미더워 방독면 쓰고 외출

올 들어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4번째 시행되는 등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미세먼지를 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가의 마스크를 장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고성능 마스크도 못 미더워 산업용 방진마스크나 심지어 방독면을 구입해 사용하기도 한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주말 미세먼지 수치를 보고 안되겠다 싶어서 공사 현장에서 쓰는 방진마스크 20개 세트를 1만 5000원에 샀다”며 “조금 유난 떠는 것 같지만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방독면을 쓰고 있는 임재연(28)씨의 모습. 임씨는 3년 전 도색이나 사포질 등 취미활동을 위해 방독면을 샀지만 최근엔 출퇴근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임재연씨 제공)
심지어 방독면을 구입해 사용하는 시민들도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방독면을 착용하고 출퇴근하는 회사원 임재연(28)씨는 “도색이나 사포질 등 취미활동에서 발생하는 분진을 막기 위해 산 방독면인데 요즘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 때도 사용한다”며 “‘가스실에서 왔냐’느니 ‘화생방 훈련 하냐’느니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는데 남들의 시선보다 내 건강이 훨씬 중요하니 상관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서희(27)씨도 “비염이 있어서 작년 봄부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방독면을 썼는데 쓴 날과 쓰지 않은 날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며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깨끗한 공기를 위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넘긴다”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요즘은 워낙 미세먼지가 기승이다 보니 자기도 써보고 싶다며 후기를 물어보는 사람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방독면을 판매하는 조정채(41) 조아세이프티 사장은 “지난 주말부터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미세먼지용으로 방독면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문의가 줄을 이었다”며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서서히 판매량이 늘었는데 최근 한두 달 사이에 부쩍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KF80 정도 미세먼지 마스크가 적당”

미세먼지 차단을 위해 일반 방한용 마스크가 아닌 의약외품 마스크를 구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황사 완벽 차단’ 같은 단순 홍보문구에 현혹돼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살 때엔 ‘의약외품’ ‘보건용 마스크’ ‘KF수치’를 확인하면 된다. KF수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수치로, 80, 94, 99 등이 적혀 있다. ‘KF80’은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이상,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99% 이상 각각 걸러낼 수 있다.

수치가 클수록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효과가 크지만 그만큼 숨을 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KF80 정도의 미세먼지 마스크가 활동하기 편하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얼굴에 밀착시켜야 차단효과가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외출 후 돌아오면 반드시 옷을 털고 손과 얼굴을 잘 씻어야 미세먼지 피해로부터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열린 미세먼지 줄이기를 위한 시민 주도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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