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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민의 사과나무]행정사 활동과 로비

정태선 기자I 2016.04.30 09:30:00
[조승민 글로벌입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장관 출신 행정사들이 5월 2일에 행정사무소 ‘ALPS(Administrative Law Policy Solutions)’를 열고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행정사 제도는 행정업무의 원활한 운영과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 도입됐다. 인허가 등 행정과정에서 의뢰인의 편의와 이익을 관철하는 ‘행정지원’ 업무를 대행한다. 행정기관과 관련된 간단한 서류 작성 및 제출 대행에서부터 행정부의 법령 및 정책에 대한 자문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조승민 객원 칼럼니스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정치학 박사. 글로벌입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현재 ALPS에는 전직 장관 출신 행정사 2명을 비롯하여,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주요 부처 고위관료 출신 행정사 10여명이 합류한 상태라고 한다. 거기에 더하여 현직 중앙부처 실장급 이상 관료의 영입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장관급 이상의 거물도 고문으로 참여할 계획이라는 전언이다. 이 같은 고위관료들의 활동을 지원할 변호사, 회계사 등 실무직원 구성도 이미 마쳤다고 한다.

행정사자격증은 행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받을 수 있다. 자격시험은 2013년에 처음 시행되었다. 그리고 일정 요건을 갖춘 공무원은 자격시험을 면제 받을 수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에 행정사 자격을 취득한 15만여명 가운데 99.8%가 공무원 경력자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애초에는 주로 중하위직 출신 공무원들의 생계형 수단 정도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격증이 고위관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되면서, 재취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행정사는 인허가 및 면허, 권리의무, 대정부 분쟁에 대한 업무까지 대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나 단체의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사안에 따라서는 행정과정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를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행정 경험과 인맥을 갖춘 고위관료들은 ‘로비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 동안은 대형 법무법인이 법률적 자문의 형태로 기업 등의 대관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법무법인들이 퇴직 고위관료들을 대거 영입함으로써 법률적 자문뿐만 아니라, 사실상 로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행정사무소가 자리를 잡으면 로펌과 경쟁적인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행정사무소의 출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퇴직 후 관료들이 할 수 있는 합법적 활동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퇴직 후 재취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또 다른 선택을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다. 동시에 전관예우 등과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퇴직 후의 활동과 관련해, 부정적 영향력 행사의 방지를 위한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들의 대관활동에 대한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또 하나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입법로비와 연관된 것이다. 행정사의 등장으로 인해, 행정부 및 사법부의 업무와 관련해서는 행정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입법부의 업무와 관련해서는 직업적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기업이나 단체의 소속원만이 입법부에 대한 로비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제도적 상황이다. 따라서 입법부의 업무와 관련해서도 개인과 기업 그리고 단체들이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틀의 기본 방향은 ‘허용’과 ‘공개’가 되어야 한다. ‘허용’은 행정부, 사법부와 마찬가지로 직업적 전문가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공개’는 역시 마찬가지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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