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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코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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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6.08.17 10: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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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교수의 블록체인 Pick]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최근 암호자산 시장에서 눈에 띄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프라이버시 코인의 상대적 강세다. 올해 8월 중순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비트코인은 약 46%, 이더리움은 약 58%, 솔라나는 약 60% 하락했다. 반면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인 모네로(XMR)는 60% 이상 상승했고, 지캐시(ZEC)는 10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이러한 가격 차이만으로 프라이버시 기능이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암호자산 가격에는 유동성, 공급구조, 투자심리, 기술개발, 규제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주요 암호자산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기간에 프라이버시 코인이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은 시장이 ‘프라이버시’라는 기능을 다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프라이버시 코인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법적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이를 ‘익명성 강화 암호화폐(Anonymity-Enhanced Cryptocurrencies·AECs)’라고 표현하면서 흔히 ‘privacy coins’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프라이버시 코인이란 암호기술을 이용해 블록체인상의 거래에서 송금인·수취인·거래금액 등 거래 또는 신원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외부에서 알아보기 어렵게 설계한 암호자산이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그렇다면 암호자산이라는 이름에 이미 ‘암호’라는 말이 들어가는데 프라이버시 코인은 무엇이 다른가. 암호자산에서 ‘암호’는 cryptography, 즉 공개키와 개인키, 전자서명, 해시 등을 이용해 거래의 진위와 기록의 무결성을 보장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러나 암호기술을 사용한다고 거래내용 자체가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다. 비트코인은 강력한 암호기술을 사용하지만 어느 주소에서 어느 주소로 얼마가 이동했는지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익명성은 엄밀히 말하면 ‘익명성’보다 ‘가명성’에 가깝다. 주소와 실제 사용자가 연결되면 과거 거래흐름도 상당 부분 추적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코인은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일반적인 암호자산이 암호기술을 주로 거래의 안전성과 진위를 확보하는 데 사용한다면, 프라이버시 코인은 이를 거래정보 자체를 보호하는 데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모네로다. 모네로는 송금인, 수취인, 거래금액을 각각 다른 기술로 보호한다. 송금인 측면에서는 링 서명(ring signature)을 사용해 외부에서 실제 송금인을 구별하기 어렵게 한다. 수취인 보호에는 스텔스 주소(stealth address)가 이용된다. 거래마다 일회성 주소를 만들어 여러 거래가 같은 수취인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을 연결하기 어렵게 한다. 거래금액은 링 기밀거래(Ring Confidential Transactions, RingCT)를 이용해 보호한다. 결국 모네로에서는 누가 보냈는지, 누가 받았는지, 얼마를 보냈는지를 모두 알아보기 어렵도록 설계돼 있고 이러한 프라이버시 기능이 기본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캐시는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핵심은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이다. 이전 기고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영지식증명은 어떤 사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면서도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정확한 잔액을 보여주지 않고도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다.

지캐시는 이 원리를 블록체인 거래에 적용해 구체적인 거래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해당 거래가 정상적이고 이중지불이 아니라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 모네로가 기본적으로 모든 거래에 프라이버시 기능을 적용하는 반면 지캐시는 거래정보가 공개되는 투명거래와 거래정보를 보호하는 보호거래(shielded transaction)를 선택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대시(DASH) 역시 프라이버시 기능을 가진 암호자산으로 거론된다. 다만 모네로나 지캐시와는 접근이 다르다. 여러 사용자의 거래를 하나로 결합해 어떤 입력이 어떤 출력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기 어렵게 만드는 ‘거래 혼합(CoinJoin)’ 방식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다시 프라이버시 코인인가. 첫째, 역설적으로 블록체인 분석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블록체인 주소에 실명이 표시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상당한 익명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래흐름 분석기술이 고도화되고 거래소의 고객확인정보와 다른 온·오프체인 자료가 결합되면서 특정 주소와 실제 사용자의 관계를 추정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주소 하나가 실제 사람과 연결되면 그 주소를 중심으로 과거 거래와 자금흐름까지 상당 부분 추적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은 거래의 검증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개인의 자산규모와 거래상대방, 자금이동의 흐름까지 장기간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담이다. 돈의 디지털화와 거래추적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금융 프라이버시의 가치가 커지는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다.

둘째, 암호자산의 제도권 편입이다. 각국은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고객확인, 거래정보 보관,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모든 거래의 추적가능성과 신원확인이 당연해질수록 ‘합법적인 거래까지 어느 정도 공개돼야 하는가’라는 반대의 질문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규제가 강화될수록 프라이버시는 사라져야 할 가치가 아니라 어느 수준까지 보호할 것인지를 새롭게 설계해야 할 가치가 된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프라이버시 코인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거래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보호할수록 프라이버시 기술로서는 높은 수준의 성과를 구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추적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자금세탁이나 범죄수익 은닉, 테러자금조달 등에 이용될 위험도 커진다. 기술적 우수성이 반드시 사회적 바람직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프라이버시 기술 자체를 불법기술로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현금을 사용한다고 모두 범죄자인 것은 아니며 은행계좌의 거래내역도 적법한 절차에 따른 확인과는 별개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기업 역시 거래처와 거래금액, 자금사정이 경쟁자에게 모두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는 범죄자를 위한 특권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생활에서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가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술발전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기술을 발전시키면서도 정상적인 금융질서와 접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과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개념이 ‘선택적 공개(selective disclosure)’다. 평상시에는 거래내역을 보호하되 필요한 경우 이용자가 특정 거래가 적법하다거나 일정한 규제요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을 세무당국, 감사인, 금융기관 등에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영지식증명은 모든 거래내역이나 정확한 자산규모를 공개하지 않고도 필요한 사실만 증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향과 잘 맞는다.

앞으로 프라이버시 기술은 단순히 거래를 얼마나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가를 경쟁하는 방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평상시에는 거래정보를 충분히 보호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거래의 적법성이나 규제요건의 충족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즉 프라이버시와 책임성을 함께 구현하는 이른바 ‘검증 가능한 프라이버시(verifiable privacy)’가 앞으로의 중요한 발전 방향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네로가 이른바 ‘n번방 사건’의 결제수단으로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라이버시 코인의 범죄 악용 가능성이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는 모네로와 지캐시를 비롯한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의 거래지원이 사실상 중지된 상태다. 프라이버시 기능이 강할수록 자금세탁방지 규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거래소 역시 규제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코인을 제도권에서 밀어내는 것만이 장기적인 해결책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사용을 막는다고 기술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규제권 밖의 탈중앙화 영역으로 이동하면 제도권과의 접점이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중앙기관 없이도 희소성을 가진 디지털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프라이버시 코인은 ‘중앙기관 없이 거래하면서 개인의 금융생활을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의 금융생활을 보호하면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책임성과 규제 준수를 어떻게 함께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1년간 모네로와 지캐시가 주요 암호자산과 뚜렷하게 다른 가격 흐름을 보였다는 사실 역시 이러한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물론 가격이 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이 프라이버시라는 기능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라이버시 코인이 제도권 금융과 반드시 대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정보를 불필요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경우 거래의 적법성과 규제 준수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한다면, 프라이버시 기술은 미래 디지털 금융에서 금융 프라이버시와 규제 준수를 함께 구현하는 중요한 기술이 될 수 있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전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현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전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현 한국조세정책학회 이사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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