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6월 태영건설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강등했다. 태영건설은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는 상황이다.
한기평은 당시 태영건설에 대해 “수익성 하락 및 운전자본부담에 따른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영업실적 및 자구계획 등을 감안할 때 재무구조 개선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2분기 영업이익은 577억원으로 전년비 흑자전환하면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매출은 9188억원으로 전년비 48.9% 늘었다. 1분기 전년비 31.7% 줄어든 1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좋아진 성적이다.
문제는 실적개선에도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는 것이다. 한기평은 태영건설에 대해 “2분기 실적 개선 및 추가 유동성 확보 등에도 불구하고 과중한 PF 우발채무 및 차환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태영건설 도급사업 PF보증 규모는 지난 2020년 말 1조3000억원에서 지난 8월 기준 2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부채비율은 지난 2020년 278.9%를 기록했는데 이후 2021년 230%로 하락한 뒤 지난해 232.3%, 올 상반기 239.6%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단기부채 비중이 크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상반기 연결 기준 태영건설의 차입금은 5757억원인데 이 중 70%가 넘는 4424억원이 단기부채로 집계됐다.
SRE자문위원은 “태영건설은 롯데와 함께 PF로 인해 힘들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최근 위기설도 많이 돌았는데 건설사는 위험하다고 위기설이 돌면 대부분 사람들이 믿어버릴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불안감이 누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서 태영건설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갖가지 루머에 시달렸다. 최근 금융당국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설까지 돌았다. 태영건설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악성 루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 태영건설을 보는 불안한 시선은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금은 모두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입할 예정이다. 물류업체인 태영인더스트리는 지난해 매출 394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기록한 알짜 계열사다. 그만큼 태영건설 살리기에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태영건설 주요 임원이 단체로 주식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과 우철식 총괄사장이 승진 9개월만에 자진 사퇴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SRE자문위원은 태영건설에 대해 재무전략이 부재한 점도 문제라고 봤다. SRE자문위원은 “태영건설은 2500억짜리 골프장 네 개를 보유하고 있고, 자기 건물도 2조원 단위”라면서 “그렇다면 부실 PF를 롤오버 할 때 이 부분을 활용해서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끌고 가면 되는데 이 조차 구별을 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조달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