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 시리즈Ⅱ-국악관현악과 한국 합창: 시조 칸탄타’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 나선 김성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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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친 뒤 만난 김 예술감독은 “그동안 청중 없이 비대면으로만 공연을 하다 보니 마치 마네킹 앞에서 음악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오랜만에 관객 반응을 느끼며 지휘를 하니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현악단 단원들도 관객과의 만남에 목 말라 있었던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얼른 물러나 더 큰 감동을 전하는 공연을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국립극장은 공연계를 대표하는 국립 문화예술기관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운영 중단 결정으로 한 동안 계속 문을 닫아야만 했다. 지난 5월 국립창극단 ‘춘향’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공연을 끝으로 약 5개월 가까이 대면공연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아 국립 예술단체 합동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했으나 대부분 취소됐다.
전속 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도 연이은 공연 취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국립무용단은 지난 6월엔 ‘제의’, 9월엔 ‘다섯 오’의 개막을 준비했으나 공연 직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취소돼 올해 단 한 번도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단원들은 재택근무를 반복하며 무대에 설 날만을 기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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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관객과 다시 만나는 만큼 단원들도 남다른 각오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 ‘아비. 방연’에서 주인공 최방연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 단원 최호성은 “지난 3월 80%까지 완성했다 코로나19로 취소한 ‘아비. 방연’으로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되니 기분이 좋다”며 “코로나19가 조금 더 잠잠해져서 관객과 함께 잘 만나고 싶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기에 무대에 대한 갈증이 클 수밖에 없다”며 “오랜만에 공연을 준비하게 돼 연습시간은 비록 짧지만 집중해서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아비. 방연’은 ‘사람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보살핌을 줘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부모님, 특히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