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자의 천일藥화]진화하는 에이즈치료제

천승현 기자I 2015.12.05 06:00:14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매년 12월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흔히 에이즈가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치료 약물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약만 잘 복용해도 3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에이즈(AIDS)는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HIV에 감염된 사람을 에이즈 환자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HIV는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약자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말하며 에이즈는 HIV 감염 후 질병이 진행돼 나타나는 ‘면역결핍증후군’을 말한다.

HIV에 감염된 사람 중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과 면역이 저하돼 세균·바이러스·진균·기생충 등에 의한 감염증·암 등의 질병이 나타나는 사람만 에이즈 환자로 분류하는 셈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신규 에이즈 환자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1191명이 신규 에이즈 환자로 신고됐다.총 7788명이 에이즈 환자로 신고됐다. 내국인은 1081명, 외국인은 110명으로 조사됐고, 성별로는 남자(1100명)가 여자(91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30.8%(367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23.7%(282명)에 달했다. 2014년 현재 에이즈 감염 내국인은 9615명으로, 남자가 92.4%(8885명)를 차지한다.

연도별 신규 에이즈환자 신고건수(단위: 명, 자료: 질병관리본부)
전문가들은 HIV 감염인과 함께 생활할 때 쉽게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HIV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기 위해서는 감염인 신체 내의 HIV가 체액이나 혈액을 통해 몸 밖으로 나와야 하고 탈출한 바이러스가 생존 가능한 환경에 있어야 한다.

HIV 감염인과 음식을 함께 먹는 경우 감염인의 침에 섞여 나온 바이러스가 음식에 들어갔다고 해도 국이나 찌개 속에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염이 되지 않는다. 만약 바이러스가 생존해 상대방의 체내로 들어가더라도 침에는 1㎖당 5개 미만의 극히 적은 양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어 감염을 일으키지 못한다. HIV 감염인과 손을 잡거나 같이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신체접촉으로 감염되지 않고, 감염인을 문 모기에게 물려도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다만 상처난 피부나 입안 등의 점막에 HIV 감염인의 혈액이나 체액이 노출된다면 희박하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다.

감염인과 한번 성관계를 가질 때 HIV에 감염될 확률은 0.1~1% 정도에 불과하지만 한 번의 성관계로도 감염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성관계시에는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HIV 감염되면 체내의 면역체계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파괴되고 결국 면역결핍으로 인해 다양한 질환에 걸려 사망할 수 있다. HIV 감염 이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사망에 이르기까지 약 10~12년의 기간이 경과된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건강관리를 한다면 30년 이상 건강하게 생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에이즈를 더 이상 죽는 병이 아닌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GSK의 3가지 성분 HIV치료제 ‘트리맥’
국내에 유통 중인 HIV 치료제는 크게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단백분해효소 억제제, 통합효소억제제 등이 있다.

다만 HIV는 약제 내성 돌연변이가 잘 생기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류의 2~4개의 치료제를 동시에 투여해 내성을 억제한다. 과거에는 하루에 30알 이상을 여러 번 나눠 먹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복합제가 개발돼 하루에 몇 개의 알약만 복용해도 되는 등 개선된 약물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길리어드,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여러 약물을 하나의 알약에 담은 치료제를 내놓은 상태다.

HIV치료제는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약물 조합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면 평소 식사시간, 아침식사 여부, 일하는 시간, 평소 복용하는 다른 약물 등을 의료진에 상세히 설명하고 본인의 특성이나 생활 패턴에 따라서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