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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것과 달리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는 의미로,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경제 생산에 타격을 주고 실업률을 높여 가뜩이나 재무 상태가 취약한 기업들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인베스코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브라이언 레빗은 “신용 시장은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다면 그때 신용 스프레드는 폭발적으로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JP모건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0.3%로 무려 1.6%포인트나 낮췄다. 지난 2년간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온 미국 경제가 관세 충격으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업률도 3월의 4.2%에서 5.3%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FT에 따르면 가정용품, 유통, 자동차 부품 업종의 기업들이 이번 정크본드 매도세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분야로 꼽혔다. 특히 하이일드(고수익 채권) 시장 내에서도 트리플C(CCC) 등급 이하 회사의 채권에 대한 평균 스프레드는 약 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포인트를 넘어섰다.
얼라이언스번스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릭 위노그라드는 “정크본드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낮은 회사채들이 성과가 가장 나쁘다”고 말했다.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저신용 기업들은 재무 건전성이 약하기 때문에 실적이 더 나쁠 가능성이 크고 부채 이자 비용을 감당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이들은 곧 닥쳐올 충격에 대한 완충 장치가 없다. 경제가 둔화되면 이들은 당연히 더 큰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유통업체와 자동차 제조사가 특히 큰 압력을 받고 있으며, 에너지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야누스 헨더슨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렌트 올슨과 팀 윈스톤은 중국과 베트남에 공급망을 두고 있는 온라인 유통업체 웨이페어가 지난달 발행한 하이일드 채권을 예로 들었다. 해당 회사채는 2030년 만기로, 금리는 최근 며칠 사이 약 8%에서 10%로 급등했다.
미술 및 공예품 전문 매장 마이클스와 사무용품 업체 스테이플스도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 두 기업이 발행한 저신용 회사채도 지난 2일 이후 급격히 금리가 급등했다. JP모건 분석가들은 마이클스 제품의 약 60%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한국 25%를 포함해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브랜디와인 글로벌 투자운용사의 크레딧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맥클레인은 “상호관세 발표는 최악의 시나리오 이상”이라면서 “불확실성과 긴장이 겹치며 리스크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