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미국 대부업체 프레스티지 캐피탈(prestige capital)의 주가는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0.52달러에서 2.03달러로 4배 뛰었다. 상승률로 치면 290.3%, 52주 최저가(0.1달러)와 비교하면 20배 넘게 각각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수혜주로 주목받은 덕이었는데, 거래 정지(이달 7~22일) 조처를 당했다.
한국의 증권거래소 격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프레스티지 캐피탈은 N95 마스크 제조사와 사명이 비슷해서 투자자 혼동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거래 정지 사유를 들었다.
종목명 혼동에 따른 투자자 혼동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1월11일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장비업체 파인텍(131760) 주가는 장중 상한가까지 치솟은 3060원을 기록했다. 굴뚝 농성을 이어온 파인텍의 노사가 교섭에 타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힘을 받았다. 그러나 두 회사는 동명의 다른 법인이었다. 후자의 파인텍은 상장회사도 아니었다. 엉뚱하게 주가가 오른 전자의 파인텍은 수시로 `나는 내가 아니다`는 공지를 띄워야 했다. 작년 삼성출판사가 `아기상어송`으로 주목받자 삼성그룹 계열사인지를 묻는 투자자도 상당수였다.
여하튼 이런 투자는 오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손익으로 이어졌다. 투자 책임은 각자의 몫이지만, 판단의 기초가 오염된 것이라면 오롯이 투자자 탓을 하기도 궁색하다. SEC가 프레스티지 캐피탈의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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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도 지뢰밭이 많다. 최근 한국 투자자의 사랑을 받은 `ProShares UltraPro QQQ`의 티커는 `TQQQ`인데, 이 상품은 나스닥 100지수 상승분의 3배를 추종한다. 그런데 티커 `SQQQ`를 쓰는 `ProShares UltraPro Short QQQ`는 나스닥 100지수 하락분의 3배를 수익으로 거둔다. 티커 한 끗 차이인데, 목표 수익률은 6배 차이가 난다. 미국 주식시장에 `QQQ`를 쓰는 티커는 6개나 되고, 전 세계로 보면 9개나 된다.
티커 혼동 매매는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미국 CNN 보도를 보면, 투자자 상당수는 포워드 인더스트리라는 의료기기 제조업체를 자동차 회사 포드로 혼동하고 투자한다고 한다. 자산가치 1000만 달러에 불과한 전자의 회사는 티커를 `FORD`로 쓰는데, 후자인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는 티커를 쉽게 `F`로 쓰는 탓이라고 한다.
먼저 상장한 포드가 간략한 티커를 선점해서 투자자에게 쉽게 다가간 것인데, 훗날 상장한 포워드 인더스트리가 포드의 이름을 꿰찬 것이다. 미국에서 이런 혼동 투자로 투자자가 치르는 거래 비용이 100만 달러를 넘는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