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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연(59·사진)씨티씨바이오 대표는 “신약개발은 새로운 물질을 찾는 것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씨티씨바이오(060590)는 필름형으로 약을 만드는 기술을 특화시킨 회사다. 이 회사는 1993년 설립 당시에는 동물의약품 유통을 전문으로 했다. 그러다 1998년 화이자가 한국에 있던 동물의약품 공장을 폐쇄하면서 이 공장설비를 사들여 동물의약품을 직접 생산했다. 동물의약품도 약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개발한다. 동물은 사람보다 맛을 느끼는 감각이 발달해 있어 약을 먹이기 쉽지 않다. 조 대표는 “돼지용 항생제를 만들어 사료에 섞었더니 사료도 먹지 않는 일이 생겼다”며 “동물에게 쓴약을 거부감 없이 먹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노하우가 쌓였다”고 말했다.
씨티씨바이오는 2000년 인체의약품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처음에는 특허가 만료된 물질을 개량해 편의성을 높인 약의 연구개발을 수익모델로 삼았다. 조 대표는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은 자신 있던 회사 입장에서 취할 수 있던 선택”이라며 “우리에게 기술을 이전받은 회사가 제조로 우리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고 제조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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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 대표는 비아그라를 필름형으로 만들기로 결정한다. 마침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만료될 시점이었고 파트너에게 숨기고 싶은 남성들의 니즈를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라필이 쓴맛이 강하다는 것. 그래서 경쟁사들이 만든 필름형 비아그라는 거부감 없는 쓴맛인 박하 맛이 대다수다. 조 대표는 “아무리 다른 맛이나 향으로 덮는다고 해도 결국 쓴맛이 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염 자체를 제거해 쓴맛을 없앴다”고 말했다. 쓴맛 자체를 없앴기 때문에 레몬이나 초콜릿 등 다양한 맛으로 만들 수 있다.
필름형 약은 얇은 식욕필름 위에 약 성분을 발라 만든다. 식용필름은 음식물을 비롯해 구강청결제 같은 의약외품에 이미 쓰이고 있었지만 약으로 개발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언뜻 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필름형 약은 휘었을 때 부러지지 않아야 하고 온습도 변화에도 온전한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씨티씨바이오는 필름형 의약품을 개발하면서 10건의 국내특허와 7건의 PCT를 출원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 그는 “쓴맛을 없애는 방법을 비롯해 입에 넣었을 때 입천장에 붙지 않으면서 혀 위에서만 녹게 하거나 약 성분의 양을 늘리면서 필름을 얇게 유지하는 등 까다롭다”며 “경쟁 제품을 테스트했더니 너무 쓰고 두껍거나 딱딱해 질감과 맛 측면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씨티씨바이오의 필름기술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제약사인 페링은 야뇨증 치료제를 필름형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의뢰를 했다. 야뇨증 약을 먹기 위해 같이 마시는 물이 다시 야뇨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티씨바이오는 2015년 필름형 야뇨증 치료제를 개발해 페링에 기술이전하면서 필름형 약의 생산 노하우까지 고스란히 전해줬다. 당시 페링이 “한국의 씨티씨바이오로부터 신제형 기술을 획득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면서 유럽에서 씨티씨바이오의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이를 보고 또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애보트는 씨티씨바이오가 개발한 필름형 시알리스의 남미·아시아 판권을 선점했고 만성B형간염 치료제인 바라크루드의 필름형약은 아시아 판권을 확보했다.
씨티씨바이오는 발기부전약과 야뇨증치료제를 비롯해 천식치료제, 멀미약, 알레르기약, 철분제, 치매치료제 등 20여종의 필름형 약을 개발했다. 회사는 약을 삼키기 어려운 노인이나 어린이용 약을 비롯해 해열제나 소화제 같은 가정상비약도 필름형으로 만들 계획이다.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는 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동물의약품도 필름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조 대표는 “여행용 필름형 상비약 키트는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어린이용 필름 약에는 식용색소로 다양한 캐릭터를 삽입하는 등 필름형 의약품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필름형 의약품을 바탕으로 현재 30% 정도인 인체의약품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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