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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과천 아파트값은 4.9% 올랐다. 서울(4.5%)은 물론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4.8%)을 뛰어넘은 것이다.
◇2012년엔 10.2% 하락…아파트값 곤두박질
과천 아파트 매매가는 앞서 지난 2010년부터 3년 내리 곤두박질쳤다. 2010년 7.1%가 내렸고,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6.9%, 10.2%가 빠졌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내려간 지역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같은 시기 서울·수도권 전체 아파트값 하락 폭이 최대 4%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가격을 끌어내린 원인은 재건축 시장 침체와 정부기관 이전이다. 과천은 전체 아파트 1만 3574가구 중 입주한 지 30년 넘은 낡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72%(9772가구)에 달한다. 주공1~12단지 중 3단지와 11단지만 각각 래미안슈르(3143가구)와 래미안에코팰리스(659가구)로 재건축해 2007~2008년 입주를 마쳤다. 투자 수요가 많은 재건축 아파트 특성상 시장 불황의 여파가 더 컸던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2011년 갈현동과 문현동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고, 2012년 말부터 과천청사에 있던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까지 세종시로 줄줄이 이전하면서 겹악재를 맞았다. 주택 수요는 줄어드는데 저렴한 공공분양 아파트가 쏟아지게 돼서다.
지금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과천시 원문동 주공2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45㎡형 매매 시세는 현재 6억 3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8000만원 올랐다. 주공2단지는 지상 5층짜리 노후 아파트 1620가구로 이뤄진 과천에서 가장 큰 단지다. 올해 6월 말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내년에 주민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지자 급매물이 소진되고 가격도 뛰었다”고 전했다.
과천 주공1단지(1062가구)와 6단지(1262가구), 7-1단지(722가구)도 모두 2단지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4개 단지, 4666가구가 일제히 재건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별양동 주공7-2단지다. 총 400가구 규모로 지난 7월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주민 이주가 진행 중이다. 이 아파트 전용 54㎡형 조합원 입주권은 현재 시세가 6억원 초반에 형성돼 있다. 연초 5억 5000만원 선이었지만 10개월 새 50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 동네 우리공인 김현숙 대표는 “지금 전용 54㎡형 조합원 입주권을 매입해 추가분담금 2억 2000만원 가량을 내면 전용 85㎡형 로열층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며 “입주한 지 곧 10년이 되는 래미안에코팰리스 같은 면적 아파트값이 9억원 선인 걸 고려해보면 1억원 정도는 차익이 남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세난·공급과잉 우려도
다만 단기적으로 전세난이 심화하고 향후 집값이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지금은 당장 살 집이 부족하지만, 재건축 아파트 입주 시기와 공공주택지구인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주택 공급이 맞물리면 공급 과잉으로 인해 집값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식정보타운에서는 새 아파트 7951가구의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르면 2017년 말부터 민간·공공 분양 아파트 7개 단지, 4283가구가 쏟아진다. 입주는 대략 2020년 상반기부터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재건축과 신규 택지지구 아파트가 비슷한 시기에 공급되면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천 아파트값이 저렴한 편도 아니므로 다른 신도시와의 경쟁력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