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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다시 만나는 김차섭…'커피컵 시리즈' 85점 전작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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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9.12 0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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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국문화원, 17일부터 대규모 회고전
MoMA·메트·브루클린뮤지엄 모두 작품 소장
1970년대 판화부터 후기 회화까지 130여점
소호 작업실 재현…이주 넘어 문명·우주로 확장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브루클린 뮤지엄에 모두 작품이 소장된 한국 현대미술가 김차섭(1940~2022)의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뉴욕에서 열린다. 뉴욕 이주 경험을 바탕으로 문명과 역사, 우주와 존재에 대한 질문까지 확장해간 반세기 작업을 되짚는 전시다.

김차섭, ‘무한간(Triangle Between Infinites)’, 에칭, 15⅞×16인치, 1976.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 (사진=뉴욕한국문화원)
김차섭, ‘무한간(Triangle Between Infinites)’, 에칭, 15⅞×16인치, 1976.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 (사진=뉴욕한국문화원)
뉴욕한국문화원은 오는 17일부터 맨해튼 문화원에서 김차섭 특별전 ‘Tchah Sup Kim: The Key to a New World’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김차섭 사후 국내외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에서는 1970년대 뉴욕에서 제작한 초기 판화부터 자화상과 인물화, ‘커피컵 시리즈’, 문명과 우주를 탐구한 후기 회화까지 주요 작품과 자료 13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1984~1989년 제작된 ‘커피컵 시리즈’ 85점 전작이 처음 한자리에 나온다. 뉴욕의 그리스식 다이너에서 사용되던 커피컵을 펼친 형태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미국 대중문화와 이주자로서 김차섭이 경험한 정체성의 문제를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탐구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김차섭은 록펠러재단 장학금을 받아 1974년 뉴욕으로 건너왔다.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에칭을 연구하며 자갈밭과 삼각형, 직선 등 기하학적 요소를 활용한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1976년작 ‘무한간(Triangle Between Infinites)’은 MoMA가 소장하고 있다.

김차섭은 이후 삼각형의 꼭짓점을 의도적으로 열어놓은 이른바 ‘열린 삼각형’을 통해 기존 질서와 인식의 틀을 넘어서는 작업을 이어갔다. 1980년대에는 자화상과 인물화, 커피컵 등을 통해 미국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겪은 문화적 충돌과 정체성을 탐구했다.

1990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관심 영역을 문명과 역사, 인간 존재의 기원으로 넓혔다. 스키타이 문명과 유라시아 초원 문화, 역사지리학과 천문학 등을 탐구하며 역지도와 마상배 등을 작품에 끌어들였다. 생의 마지막까지 강원도와 뉴욕 소호를 오가며 작업했다.

김차섭, ‘커피컵 시리즈 중 일부(A Selection from the Coffee Cup Series)’, 종이컵에 혼합매체, 4×10인치, 1984~1989. 김차섭 스튜디오 소장. (사진=뉴욕한국문화원)
김차섭, ‘커피컵 시리즈 중 일부(A Selection from the Coffee Cup Series)’, 종이컵에 혼합매체, 4×10인치, 1984~1989. 김차섭 스튜디오 소장. (사진=뉴욕한국문화원)
이번 전시는 이처럼 김차섭의 작업을 특정 시기의 실험미술이나 판화에 국한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조명한다. 전시장에는 김차섭이 아내이자 예술적 동반자인 김명희 작가와 1982년부터 생활했던 뉴욕 소호 스튜디오 일부도 재현한다. 미완성 회화와 이젤, 지구본, 책, 야구공과 돌 등 그의 작품에 등장했던 사물과 작업 노트도 공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조희성 뉴욕한국문화원 시각예술팀 디렉터 겸 큐레이터는 “김차섭은 MoMA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브루클린 뮤지엄에 작품이 소장돼 있고 2023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도 소개됐지만 그의 예술 세계는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미술운동이나 양식 안에 한정하기보다 재미한인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개인의 이주 경험을 문명과 역사, 우주와 존재에 대한 사유로 확장한 독자적인 예술가로 바라보고자 했다”며 “그가 오랫동안 삶과 작업의 기반으로 삼았던 뉴욕에서 그의 예술을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질문과 연결해 새롭게 읽어내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정미 뉴욕한국문화원장은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김차섭 작가의 작품을 뉴욕에서 다시 소개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많은 관람객이 김차섭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7일부터 10월 24일까지 뉴욕한국문화원 1·2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사진=뉴욕한국문화원
사진=뉴욕한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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