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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에 따르면 난임으로 고통받던 A씨 부부는 지난 1996년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같은 의사로부터 시술을 받아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을 품에 안았다.
부부는 아들이 다섯 살이 됐을 때 간염 항체 검사를 하다가 혈액형이 B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부 모두 A형이었기 때문에 시험관 시술을 해 준 의사에게 문의했다. A형 부부 사이에서는 B형 자녀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의사는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혈액형 돌연변이가 나온다. 안심하고 아이를 잘 키워라. 당신들의 아이가 맞다”는 답변을 내놨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성인이 됐고, A씨 부부는 아들에게 자신이 왜 부모와 혈액형이 다른지 설명해주기 위해 B교수에게 다시 연락해 과거 보여줬던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B교수는 돌연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병원 측에서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관련 의료 기록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한다.
부부는 결국 유전자 검사를 받았는데, 아들의 유전자가 A씨 남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들은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의 정자로 임신이 됐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반면 병원 측은 오히려 A씨가 자연임신 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A씨의 외도 가능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시술을 진행한 B교수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 등 입장만 밝혔다.
병원 측은 또 부부에 위로금 1000만원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는 B교수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사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지 3년 이내에 제기해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며 “이런 의료 사고 같은 경우는 소멸시효에서 예외로 적용하자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다. 이들 부부도 이에 기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의 아들은 “키워 준 부모님이 나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그것이 한국의 병원과 의사의 윤리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교수는 대학병원 홈페이지에 약 1000건의 인공시술을 성공시킨 권위자로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