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둘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다. 총재 역시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못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발언하는 등 다소 매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리인하와 관련해서도 물가가 확실하게 2% 목표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발언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과 금통위원들의 관점에서 보면 근원물가의 하방경직성에 따른 물가 향방의 불확실성이 남아있고”며 “미국 경제와 연준의 행보(추가 금리인상)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아 동결과 비둘기파적 스탠스 조합을 채택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동결과 매파적 스탠스의 조합이 디폴트 옵션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조합은 한은 뿐만 아니라 연준의 6월 FOMC에서도 관찰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2월 전망치)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긍정적 파급효과 가시화가 지연되고 있음을 감안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다만 최 연구원은 “우리는 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전망치가 당사 전망치 대비(1.2%) 다소 낙관적이라고 판단한다”며 “한은의 성장률 전망이 현실화 되려면 하반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평균 약 0.8% 성장해야 하는데 한국 경기가 순환시계상의 하강 국면에 진입했음을 감안할 때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금통위 위원들은 근원물가와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내포된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해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입장이다. 최 연구원은 “금통위의 입장은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적절한 시도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다만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고 누적된 긴축만으로도 가계부채가 많고 금리 민감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느끼는 부담이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한국은행 전망 보고서에서 분석한 것처럼 깡통전세와 역전세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가 각각 38%, 28%에 달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은행 기업대출 연체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이에 따라 한은 역시도 예외적인 상황이(물가 재차 급등,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등)아니라면 인상 보다는 동결 기조 유지에 무게를 둘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