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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김보겸 기자]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37)씨는 지난달 22일 구청으로부터 갑작스럽게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삭제` 통보를 받았다. 그는 한 달에 4만원 가량 내고 10년 넘게 집 근처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차를 대왔다. `이 곳에 주차하면 안 된다`는 통보 문자만 왔을 뿐 앞으로는 차를 어디에 대라는 설명 따위는 없었다. 급한대로 사설 주차장을 알아봤지만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나 걸리는 곳뿐이다.
소화전 주변 주·정차가 금지가 강화되면서 골목길 주차전쟁이 심해질 모양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소화전과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이 가까운 경우 해당 주차구역을 삭제하는 등 잇달아 정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일방적으로 통보받다시피 한 주민들은 대안이 없는 행정 집행이라며 불편을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공유 주차제 등 근본적인 주차환경 개선을 제안한다.
◇대안 없이 사라진 주차공간…“어디에 주차하죠?”
1일부터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으로 소화전 등 소화시설 5m 이내에 불법 주·정차를 하면 과태료 8만원을 낸다. 종전에는 4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지자체들은 소화전과 인접한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점검 후 법규에 위배되는 곳은 폐지하는 등 조치에 한창이다.
그러나 법 취지에 적극 공감하지만 주차 공간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특히 소화전 주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차를 댔다가 갑자기 대지 못하게 된 주민들의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이란 지자체가 주택가 이면도로나 골목에 주차 구획을 설정, 사용료를 받고 주차를 허가한 곳이다. 주민들은 집 앞이나 집과 가까운 공간을 배정받아 개인 주차 공간으로 사용해 왔다.
실제 서울 용산구청은 최근 소화전 주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10곳을 폐지했다. 구청 관계자는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은 구청이 주민에게 일종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삭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도 지난해 4월 소화전 주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51곳을 삭제했다.
주민들은 대책 없는 주차 공간 삭제 통보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일방적인 폐쇄는 너무하다는 것. 이씨는 “구청에서 통보를 받고 사설 주차장을 알아봤더니 거리도 먼데 그나마 자리도 없다. 당장 주차를 어디다 해야할 지 걱정”이라며 “주차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지역사회 문제인데 너무 급작스러운 조치”라고 하소연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한정된 공간 탓에 대안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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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 없는 행정통보, 부작용만…“주차 인프라 확충 필요”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갑작스러운 통보가 오히려 정책에 대한 반발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계획센터국장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폐지는 주차난 때문에 차 소유주들에게 불가피하게 할당했던 보행로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면서도 “충분한 계도기간 없이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을 없애는 것은 정책에 반감을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남 국장은 또 “정책 시행에 따른 불편이나 혼란을 최소화하는 건 행정의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주차시설 운영 방침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유 주차시설·공유 차량 확충 등 새로운 주차 인프라를 넓혀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재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차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차 공간을 공유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며 “유휴 주차 공간이 없도록 주차장 회전률을 높이면 주차난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또 “차량 공유서비스·대중교통 활성화 등을 통해 절대적인 자동차 수를 줄이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