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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또는 내달 금융 당국의 지주사 전환 인가가 떨어지면 12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지주사 전환을 확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사 전환시 출자 여력이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은행법을 적용받아 자기자본의 20% 미만으로 출자할 수 있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기자본의 130%(당국 권고 기준)까지 출자 여력이 확대된다. 2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은 21조원이다. 총 출자한도 4조2000억원 중 이미 3조원 이상 출자가 진행돼 추가 출자여력은 7000억~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업계에선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시 추가 출자 여력이 6조~8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수 업종으로 자산운용, 캐피탈, 부동산신탁, 증권, 보험 등을 눈여겨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금융재보험·우리생명보험·우리손해보험·우리재보험·우리리츠운용·우리AMC·우리부동산신탁·우리자산관리·우리금융투자·우리리츠AMC·우리종금증권·우리금융에프앤아이·우리자산신탁 등 비은행 계열사의 상표 등록을 마친 상태다.
시장에선 우리은행이 증권업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의 종합금융업 라이선스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한 이후 다른 증권사를 인수해 합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험도 우리은행이 눈여겨 보는 부문 중 하나로 꼽힌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지분 정리 문제 때문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캐피탈·손해보험·카드 등)도 우리은행의 M&A 대상으로 거론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 이슈 등이 있기 때문에 소규모지만 수익성이 높고 은행 영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금융사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자산운용사, 캐피탈사, 부동산 신탁사 등 라이센스 사업 중심으로 인수를 우선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 자금 규모가 큰 증권사라든가 자본비율 규제가 임박한 보험사 인수는 가장 후순위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M&A 원칙은 지주사 전환시 자회사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 평가가 달라져 자기자본비율(은행의 건전성 판단 지표)이 크게 떨어지는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은행의 특성이 반영된 ‘내부 등급법’이 아닌 금융사 전체에 적용하는 ‘표준 등급법’을 사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지주사 전환 후 내부 등급법 적용을 신청하면 승인를 검토할 계획이다. 표준 등급법과 내부 등급법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위험가중 자산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당국이 제시하는 표준모형을 따를지, 은행 자체적으로 구축한 모형을 따를지 차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이 표준 등급법을 적용하면 위험가중 자산이 35~40% 늘어나면서 자기자본비율이 종전(6월말 기준) 15.3%에서 11.1%로 4.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에도 BIS기준인 8%를 웃돌지만 M&A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BIS비율 하락이고 전환 후 내부 등급법 승인시 다시 개선될 것”이라며 “다만 그전까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M&A는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은행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이익 개선 효과가 늦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