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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부킹은 돼도 예약취소는 안된다'는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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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기자I 2017.04.1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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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서비스 피해 980건 중 80% '위약금 문제'
석달 전 취소해도 항공료 30% 위약금…"정도 지나쳐"
업계, "시간 지나면 가치 떨어지는 상품 특수성 고려해야"

인천국제공항 지하철역에서 내린 시민들이 공항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권오석 기자]회사원 황모(40)씨는 다음달 중순 일본 오키나와 가족 여행을 가기 위해 지난달 국내 한 저가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왕복 항공권 6매를 구매했다. 여행을 떠나기로 한 기간에 회사에 중요한 행사가 잡힌 탓에 닷새 만에 항공권을 취소했다가 항공사가 부과한 수수료를 보고 경악했다.

황씨는 “왕복 항공료가 총 144만원이었는데 취소 수수료가 48만원이나 됐다” 며 “다시 원래 일정으로 가겠다 하니 전산상 이미 취소가 돼 그마저 불가능하다고 다시 예매하라고 했다. 취소 수수료가 30%가 넘는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자료= 각 사 종합)
◇항공사 피해 구제 10건 중 8건 ‘위약금 과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소비자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해 항공사들에 과도한 예약 취소 수수료를 조정하라고 시정 권고를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취소 시기에 따라 수수료(위약금)를 차등화 하라고 지시해 항공사들은 올해 초부터 특가 항공권(할인율 70%이상)을 제외하고 출발일 기준 91일 이전에는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출발일 기준 90일 이내에 예약을 취소할 경우에는 각 항공사의 약관에 따라 수수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KTX 등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항공사의 취소 수수료 정도가 지나치다는 데 있다.

KTX는 일반 승차권 기준 출발 전날까지 취소할 경우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하고 고속버스(KOBUS) 역시 출발 이틀 전 전액 환불, 출발 1시간 이내라도 10%의 수수료만 지불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항공사들은 출발 90일 전부터 기간과 좌석에 따라 예약 취소 수수료를 차등화 하고 있는데 적게는 11만원에서 많게는 45만원(일반석 기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예약 취소 수수료 문제로 인한 항공사와 소비자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항공 여객 서비스 피해 구제 건수’는 총 98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8% 증가했다. 이 중 ‘취소시 위약금 과다 및 환급 거부’ 피해 건수가 791건으로 80% 이상을 차지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구매했다면 약관에 상관없이 예약 7일 이내 이를 취소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 해당 계약에 관한 청약 철회 등을 할 수 있다’는 전자상거래법이 판단 근거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해당 판결이 개별 사안에 대한 민사소송 판결이라는 이유로 약관 개정 등 후속 조치는 외면하고 있다. 앞서 사례로 든 황씨의 경우 판례상 소송을 걸면 승소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변호사 비용 등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게 문제다.

업계 “항공권은 특수 재화, 특성 감안해야”

항공사 측은 그러나 일정 시점이 지나버리면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상품 특성상 손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재화와 달리 항공권은 시간 경과에 따라 가치가 급격히 감소하고 일정 시점이 지나면 제로가 돼 버리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전자상거래법을 형식적으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항공사 측에 중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도 “위약금 약관 문제에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 한 것”이라며 “개별 소송에 따른 판례를 모든 항공사가 적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많게는 항공료의 30%가 넘는 예약 취소 수수료를 수긍하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모(35)씨는 “항공사가 손해를 막기 위해 예약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항공료의 30%가 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항공사들이 예약 취소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버부킹(overbooking·정원 초과 예약)을 받으면서도 소비자에게만 예약 취소에 따른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오버부킹을 하면서 피해는 최소화 하려 취소 수수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것”이라며 “항공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고수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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