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 수원시에 있는 코캄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창업자인 홍지준(60) 회장의 아들 홍인관(33) 총괄이사의 말에는 자신감이 배어났다. 홍 이사는 7~8년 전부터 코캄의 핵심의사결정을 제외한 회사 전반에 대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ESS는 화석연료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에너지원이 급속하게 바뀌면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분야로 손꼽히는 미래 신수종 사업이다. 풍력·태양열 등 전력 생산이 불규칙한 신재생 에너지를 원활하게 저장·공급하기 위해선 ESS 솔루션이 필수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3190만달러(2648억원)에서 2025년 36억달러(4조1120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캄, 세계 4대 ESS 업체로 불려
코캄은 구글, 미 항공우주국(NASA), 에어버스, 봄바디어 등 세계 주요기업과 정부에 배터리 솔루션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804억원 가운데 해외 비중이 80%가 넘는다.
코캄과 여타 ESS 업체와 가장 큰 차이점은 ‘출력’이다. 홍 이사는 “일반적인 2차전지 업체의 ESS는 전기를 천천히 충전하고 천천히 사용된다”며 “저희는 급속으로 충전하고 빠르게 내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승용차와 출력이 높은 스포츠카를 비교해 이해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코캄의 고출력·대용량 리튬폴리머 기술은 비상용이나 군사용 배터리에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홍 이사는 “중소기업인 우리가 대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은 비결이 바로 이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라 비결을 전했다. 실제로 코캄의 리튬폴리머 배터리 기술은 우리 군의 장거리 중어뢰와 무인항공기 등을 포함한 세계 각국 군용 무기와 장비에 적용 중이다.
코캄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태양광을 통해 세계 최초로 지구 한 바퀴를 돈 ‘솔라임펄스2’라는 비행기를 통해서다. 이 비행기는 지난 7월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를 출발해 오만, 인도, 중국, 미국, 유럽 등 17개 구간 3만8000㎞를 거쳐 올 3월 다시 아부다비에 착륙했다. 바로 이 솔라임펄스2 속에 코캄의 리튬폴리머 배터리 기술이 담겨있다.
|
코캄의 시작은 서울대 화학교육학과 출신 홍 회장이 1989년 서울 포이동에 설립한 기계무역사다. 이후 1998년 홍 회장은 리튬폴리머 제조업으로 옷을 바꿔입는다. 그가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RC(리모트 콘트롤) 비행기가 미국의 한 비행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처음 코캄이란 이름을 알렸다.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는 기존 배터리보다 40배나 많은 출력이 가능한 코캄의 기술력 덕분이었다. 코캄의 대용량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회사를 연매출 200~300억원대 글로벌 배터리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코캄을 800억원대 강소기업으로 도약을 하게 된 배경은 ESS 분야 진출이다. 미국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홍 이사는 대학 졸업 후 7년간 현지 기업에 입사해 ESS 연구개발 업무를 맡았다. 그는 “미국에서 근무하며 할 수 있는 것은 프로젝트를 따는 것일 뿐 실제 배터리 제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홍 이사는 코캄을 배터리 제조업체서 ESS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분야를 확장시켰다.
ESS 기술이 출중하다고 절로 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홍 이사는 ESS 관련 콘퍼런스가 있다면 전 세계 어디든 다니며 제품을 알렸다. 그는 “콘퍼런스 발표자로 나선 업체들의 많은 수는 중개업체였다”며 “기술력과 제조설비를 갖춘 저희는 이야기 거리가 많아 자연스레 거래선을 뚫기에 용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804억원 중 37%(300억원)가량이 ESS 분야에서 비롯했다.
현재 코캄의 기술은 세계 곳곳 전력회사·해양·군수·항공·일반 산업군 등에 들어 있다. 홍 이사는 “저희같이 작은 업체는 끊임없이 신규 수요처를 찾아야 생존할 수 있다”며 “향후 목표로 트램, 특수 차량, 무인항공기 등 시장 개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ESS(Energy Storage System) : 발전소에서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일시적으로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 주는 저장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