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20대 취업준비생 강모 씨는 최근 머리가 가늘어지고, 가르마 부위가 전보다 눈에 띄기 시작했다. 최근 취업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강모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머리를 감고 빗을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근처 피부과에서 검사를 받은 강모 씨는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라는 진단을 받았다.
탈모란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두피의 성모(굵고 긴 털)가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연모(굵기가 가늘고 짧은 털)와 달리 성모가 빠질 경우 미용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상인에게서도 머리카락이 하루 70~100개 정도까지는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자고 난 뒤나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이 100개가 넘는다면 병적인 원인에 의한 탈모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원형탈모증은 원형 또는 타원형의 선명한 탈모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직경 2~3cm의 작은 크기에서부터 △탈모가 일어난 부위에 동시에 생기는 다발성 원형탈모증 △한 쪽 귀에서 다른 쪽 귀까지의 뒤통수 라인을 따라 발생하는 사행성 원형탈모증 △그물 모양처럼 머리 전체에서 탈모가 일어나는 망상형 원형탈모증 등 그 증상이 다양하며, 심한 경우 △눈썹, 음모 등의 체모까지 모두 빠지는 전신 탈모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현재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고 있지 않으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모낭 주위에 염증 반응이 생겨 면역체계에 교란이 생기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계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혼란을 일으켜 건강한 신체 조직이나 세포를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유전적인 요인이나 과음 및 흡연, 영양 불균형, 기타 두피질환 등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형탈모증은 발생 위치와 진행 정도의 개인차가 큰 편이며, 청소년층에서부터 노년층까지 발생 연령대도 다양하다. 대부분 가려움이나 통증은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간혹 탈모 부위에 감각 이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탈모가 발생하면 탈모 부위 주변이 불그스름한 색을 띄면서 움푹 들어가고 피지의 분비가 늘어나는데, 이러한 증상 모두가 갑작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본인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한 개의 병변만 있다가 여러 병변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럴 땐 재발 위험이 크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이중선 교수는 “갑자기 둥근 모양으로 급격히 머리카락이 빠져 두피가 보인다면 원형탈모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일반 탈모에 비해 원형탈모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는 즉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모가 빠진 부위가 적으면 치료를 위해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탈모 부위에 바르거나 피부 속으로 주사를 놓기도 한다. 하지만 탈모의 범위가 넓고 여러 곳에서 빠지는 경우에는 모낭 주위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면역 치료법이나 스테로이드제의 전신 투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두피에 직접 자외선을 노출 시켜 두피의 혈액순환을 돕는 자외선 치료법이나 냉동요법도 병행하고 있다.
원형탈모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함으로써 면역계를 안정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과음이나 흡연을 삼가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이중선 교수는 “평소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기 위해 과한 젤, 왁스, 스프레이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잦은 파마나 염색 등을 피하고, 머리를 자주 감아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