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 이사장은 4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마약범죄에 대한 정치권과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
마약 범죄가 부자만 저지르는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이들을 위해 정부 예산을 들여 예방이나 치료 사업을 하는 것에도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마약범죄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반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마약사범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보단 환자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이사장은 “예전에는 특정 루트를 통해서만 마약 거래가 이뤄졌지만 이젠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접하기가 쉬워졌고, 한해 1만명이 넘는 마약사범이 발생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회적 편견 때문에 단순 투약자도 다시 일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젠 이들을 무작정 처벌할 것이 아니라 재활의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마퇴본이 운영하고 있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프로그램 실적을 보면 재활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과 함께 교육기관(마퇴본)에 교육을 의뢰하는 것으로, 초범이나 단순 투약자 등 경미한 마약류 사용자에게 법적 처벌 대신 재활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들의 재범률이 기타 기소유예 처분자보다 약 50% 낮게 나타난다는 게 마퇴본의 설명이다.
장 이사장은 “마약사범을 단속 대상보다는 환자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마약을 없애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마약사범을 정상인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한 언제든 마약사범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마약 투약 자체가 범죄다 보니 오프라인으로 상담 받기를 꺼리고, 결국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와 같은 프로그램을 알지 못한 채 다시 마약범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4시간 상담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장은 “마약을 많이 접하는 시간이 주말이나 오후 늦게인 경우가 많은데, 현재 마퇴본 상담센터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되다 보니 상담에 한계가 있다”며 “언제든 상담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재활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해 이들에 대한 치료가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마퇴본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1992년 설립된 기구로, 마약류의 폐해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지난 2019년 11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