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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尹, 국감 전부터 ‘노골적 자극전 언사’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줄곧 살얼음판을 걷던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2020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추미애와 윤석열, 윤석열과 추미애였다. 이 둘은 국감에서 단 한 차례도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국감 내내 자극적인 언사만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이 둘의 신경전은 사실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월 추 장관 취임 이후 양측은 줄곧 불협화음을 내왔다. 주로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는 지난해 ‘조국 사태’로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윤 총장의 숙명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시작은 지난 1월 추 장관이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 때부터였다. 당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인사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윤 총장 의견 청취 없이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윤 총장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주요 사안마다 미세한 파열음을 내던 이들은 지난 7월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다시 크게 붙었다. 추 장관이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지휘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커졌다. 구체적인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한 것은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장관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추 장관은 산사까지 들어가며 거듭 지휘 수용을 촉구한 끝에 일주일 만에 윤 총장의 백기투항을 받아 냈다.
석 달이 지나 추 장관은 ‘라임의 돈줄’로 불리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을 빌미삼아 ‘라임 사건 및 윤 총장 가족 사건’에 대해 또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중상모략”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발했지만 결국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달리 30분 만에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세가 오른 추 장관은 대검찰청 국감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상모략’이라고 검찰총장은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든 몰랐든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 유감이다”라며 윤 총장에 재차 맹공을 퍼부었다. 이때 윤 총장은 그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국감서 ‘강력 돌직구’로 정면대결
하지만 윤 총장은 22일 국감에서 작심한 듯 추 장관에 대해 강력한 돌직구를 연거푸 날렸다.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도 이때 나왔다.
추 장관은 이날 국감이 진행 중이던 오후 6시께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입니다”라며 윤 총장의 역공을 되받아친 데 이어 검사 및 검찰수사관 비위에 대한 보고가 은폐되거나 무마됐는지 여부 등에 대해 대검 감찰부와 합동으로 감찰을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26일 법무부 종합감사에서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상급자’라고 못 박은 뒤, 윤 총장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선을 넘고 있다”,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은 민주주의와 적합하지 않다”, “수사 지휘를 위법하다고 확신한다면 총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맹폭을 서슴지 않았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당시 한국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 의뢰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감찰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추가로 밝혔다.
이 둘의 극한 대립은 이제 정치권까지 본격 참전을 이끌어 내며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연장 선상에서 이들의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 등판론까지 정치권에서는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정권 핵심부의 비리 의혹을 옹호하고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추 장관의 망나니 칼춤을 이대로 둘지, 추 장관을 경질해 정의를 회복시킬지 분명히 하시라”며 “지금 당장 추 장관과 윤 총장 중에서 양자택일하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중 한 명은 그만둬야 한다. 하루도 이대로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