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위치한 중국어 학원에서도 이날 다 함께 모여 사과를 나눠 먹었고, 한 중국인은 친구에게 사과 모양의 케이크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왜 크리스마스이브 때 사과를 찾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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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중국어로 ‘핑궈’인데 이는 평안한 밤이라는 뜻의 중국어인 ‘핑안예’와 발음이 비슷하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핑안예라고 부르는데 이와 발음이 비슷한 사과를 나눠주면서 나름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는 특별하게 다루지 않는 기념일이다. 중국에서 크리스마스, 12월 25일은 공휴일이 아니다. 모두 학교에 가고 회사로 출근한다.
얼마 전 한 중국 정부측 관계자를 만나서 “왜 중국은 크리스마스가 쉬는 날이 아닌 것인가”라고 장난 섞인 하소연을 했더니 그는 짐짓 정색하며 “크리스마스는 서양의 명절이다. 우리는 중국 명절인 춘절, 중추절 등을 지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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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중국에서도 나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사과를 선물하는 것이다.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크리스마스의 중국화’라며 서양의 명절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도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
베이징 도심이나 대형 쇼핑몰을 보면 크리스마스를 직접 기념하는 전시물 등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맞춰 저마다 화려한 조명을 달거나 대형 트리를 설치하는 한국의 상업시설들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크리스마스를 은근하게 띄우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축제 장식은 베이징의 많은 소비자를 매료했다”며 “이러한 활기찬 분위기는 주민들이 다채로운 환경과 서비스를 즐기고 쇼핑을 즐기기 때문에 지역 지출의 급증을 계속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싼리툰을 비롯한 주요 번화가에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이 걸린 사진을 함께 올렸다.
평소와 달리 중국에서 크리스마스가 관대(?)해진 이유는 아마 소비 진작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추론이 나온다.
중국은 끝없는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를 ‘소비 진작의 해’로 지정하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소비재에 대해 헌 제품을 새것으로 바꿔주는(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정책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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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력에도 중국 소비 심리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1월 최대 쇼핑 시즌인 광군제가 있었음에도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3.0% 증가(시장 예상치는 4.8% 증가)에 그치기도 했다. 이듬해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내년 최우선 목표로 내수 활성화를 주문할 정도다.
올해 5% 경제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막판 소비 진작을 위해 무엇이든 필요한 게 현재 중국의 심정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어느 때보다 중국이 개혁 개방을 강조하고 있는 요즘, 언젠가는 베이징 도심에서도 캐롤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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