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68% "내년 투자계획 없거나 아직 못 정했다"

김응열 기자I 2024.12.03 06:00:00

한경협, 500대 기업 대상 내년 투자 계획 조사
기업 68%는 내년 투자 계획 없거나 수립 못 해
국내외 경제 부정적 전망에 투자환경 악화 영향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운 와중에 지정학 리스크, 보호 무역주의 같은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대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내년 국내 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3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의 68.0%는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56.6%) 투자 계획이 없다(11.4%)고 응답했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0%에 그쳤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하면 ‘투자 계획 미정’(56.6%) 기업 비중은 지난해 49.7%보다 6.9%포인트 상승했다. ‘계획 없음’(11.4%) 역시 지난해 대비 6.1%포인트 뛰었다.

아직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들은 △조직 개편·인사 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 전망 불투명(20.3%)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도 대부분은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늘리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 중 59.0%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란 응답은 28.2%로 나타났다. 이는 증가 응답(12.8%)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지난해에는 증가(28.8%) 응답이 감소(10.2%) 응답보다 많았다.

투자 규모를 줄일 계획이거나 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내년 부정적인 국내외 경제 전망(33.3%) △상법 개정 등 국내 투자 환경 악화(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또 전체 응답기업 중 77.8%는 내년 설비투자가 기존 설비를 유지·개보수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다. 적극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18.9%에 그쳤다.

기업들은 내년 기업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리스크로 글로벌 경기 둔화(42.9%)를 가장 많이 꼽았다. △고환율과 물가 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공급망 교란 심화(13.7%) 등이 뒤를 이었다.

한경협 측은 “내년 글로벌 경기가 올해보다 소폭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지정학 리스크 지속에 따른 공급 불안 등 경제 하방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투자를 저해하는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는 설비·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 부족(37.4%)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ESG 관련 규제(21.3%) △입지 규제, 인허가 지연 등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15.0%) 등을 꼽았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우선해야 할 정책으로는 △자금 조달 등 금융 지원 확대(21.0%)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 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을 거론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됐는데, 최근 기업들은 투자 확대의 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