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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 10건 중 4건은 홧김에…'묻지마→분노범죄'

김성훈 기자I 2018.10.25 06:00:00

살인사건 10건중 4건 분노범죄…4년째 상승세
학계 ''묻지마 범죄 이어 분노범죄'' 시회문제 주목
문자·SNS 발달에 소통부족…대면기피사회 야기
부정적 언어·폭행 표출 만연…해결책 마련해야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을 찾은 김성수(29)는 먼저 와 있던 동생 옆자리로 옮기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에게 자리를 치워 달라고 말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도 쓰레기가 그대로 있자 화가 난 김성수는 카운터로 찾아가 ‘게임비 1000원을 돌려달라’고 신씨와 언쟁을 벌였다. 경찰이 출동하면서 끝나는가 싶던 상황은 분을 참지 못한 김성수가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휘두르면서 살인사건으로 비화했다.

김성수는 경찰 조사에서 “게임비를 돌려받지 못해 억울하고 분했다”며 “나만 바보 됐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극단적 행동을 벌인 ‘분노범죄’의 전형이다. 쉽게 분노하고 죄 없는 타인을 화풀이 대상 삼아 표출하는 ‘분노사회’ 대한민국의 그늘이다.

◇살인 10건 중 4건 ‘욱해서’…분노범죄 증가세

대한민국이 ‘분노 범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살인·살인미수 사건 10건 중 4건이 분노에 따른 우발적 범행으로 나타났다. 문자 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키오스크(무인결제기) 등의 발달로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들면서 교감능력이 쇠퇴한데다 왜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나를 무시한다’는 극단적 해석이 분노 범죄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살인미수 905건 가운데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은 357건(39.4%)으로 나타났다. 전체 발생한 살인사건 10건 가운데 4건이 순간 화를 참지 못해 발생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발생한 ‘충주 인터넷 설치기사 살인사건’이나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살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연도별 범행 비율은 △2014년 33.85%(346건) △2014년 35.5%(347건) △2016년 37.8%(377건) △2017년 39.4%(357건)로 4년 연속 상승세다.

2014~2017년 전제 살인(살인미수 포함) 동기 가운데 우발범죄 비율 추이(자료=경찰청)
◇묻지마→분노 범죄로 변화

학계에서는 분노 범죄가 지난해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묻지마 범죄’를 잇는 사회문제로 보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한국인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보고서에서 “불특정 대상에 가해지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이어 분노 범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사소한 말다툼이나 싸움의 수준을 넘어 살인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사회문제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소한 말다툼이 참혹한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분노 또한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심신미약을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 청원 글은 일주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감정 이입에다 SNS를 통한 사건 재확대가 국민들의 공분을 집중시켰다는 분석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서 PC방 사건은 작은 말다툼으로 빚어진 분노가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결과를 초래했다”며 “원만한 소통을 거치지 않고 타인에게 받은 분노를 극단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 표출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에 발생하는 분노 범죄는 평소 불안정한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극단적 언어·폭행으로 표출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개인의 분노에 대한 긴장 완화를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소통에 나서려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 PC방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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