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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적용한 원·달러 환율 범위는 1350~1400원이 33.3%로 가장 많았다. 1300~1350원 범위(29.6%)가 그 뒤를 이었다.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해 사업계획을 짤 때 1300원대 환율을 적용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로 1430원대까지 오른 뒤, 같은 달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표결 직후 1500원에 육박했다. 이번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이후 다시 환율이 튀어오를 가능성도 있다. 만에 하나 추후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경우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는 것이다.
1400~1450원 범위의 환율을 적용한 기업은 18.5%였고,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11.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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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는 “전통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어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증가하고 환 헤지 달러화 결제가 늘어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특히 대기업들은 가격보다는 기술·품질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고품질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환율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국내 정치 불안정 지속’(85.2%)과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 본격화’(74.1%)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미국 금리 인하 지연·축소’, ‘국내 외환 관리 불균형’, ‘한국 국가신용평가 하락, ‘미국 경제 강세 지속으로 인한 달러화 가치 상승 확대’ 등도 리스크 원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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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정부 대책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기업에 대한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63.0%)와 ‘긴급시 외환시장 안정조치 시행’(63.0%) 등을 많이 꼽았다. ‘수출입 기업에 대한 대출·보험 강화 등 금융 지원 확대’,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비축 및 공동구매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기업 차원의 대응책으로는 74.1%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을 거론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현재 환율 불안은 경기 침체가 누적된 과정에서 국내외 리스크 충격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그 여파와 불확실성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 본부장은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이 기회에 우리 경제의 과감한 체질 개선과 구조적 전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