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KDB인베스트는 지난달 30일 불거진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자 대상 선정 소식에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세가 기울었다면 묵인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강도 높은 반론이 나온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본입찰에서 2조3000억원을,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중흥건설이 경쟁사 참여를 의식한 나머지 파격적인 금액을 베팅한 게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의 가격 차가 5000억원 가까이 벌어지자 문제 제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고 입찰가를 제안한 원매자가 문제 삼으니 매각 측으로서도 추가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중흥건설에만 재입찰 기회를 주는 게 특혜일 수 있어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도 매각가 재입찰 기회를 주는 방법을 고육지책으로 들고 나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재입찰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시된 인수가격이 낮거나 인수자가 마땅치 않아 재입찰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인수가격이 높아 재입찰을 하는 사례가 찾아보기 쉽지 않아서다.
매각 측이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로는 2017년 전례를 밟지 않겠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해체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가 2011년 산업은행이 다시 떠안았다. 이후 2017년 공개 매각을 추진한 끝에 호반건설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끝내 무산된 바 있다.
산은은 2019년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뒤 첫 관리 회사로 대우건설을 이관하고 회사 정상화와 투자 회수를 맡겼다. KDB인베스트먼트로서는 확실한 원매자와 가격 조율로 매각 자체를 우려 없이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2조3000억원이 사실상 비싸다고 판단해 기회를 다시 주는 상황에서 최종 가격이 어느 정도에 형성될지가 의문이다. 매각 측에서 적정 매각가격을 정해놓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은 원매자 입장에서도 골치가 더 아파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원칙을 깬 매각전이 진행되는 점은 향후 업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에서 문제를 제기했다면 우선협상대상자를 일단 선정하고 최종적으로 가격 협상을 하면 되는 일이다. 팔겠다는 의지에 잠식된 나머지 원매자 입장을 무조건 들어주는 그림이 추후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 측도 즉각 반발에 나섰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초입찰 7일 만에 중흥건설이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상식 밖의 결정이자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특혜매각”이라며 “산업은행은 밀실매각, 특혜매각 등을 중단하고 새로운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절차를 다시 진행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