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기간 종료 일주일을 앞두고 타결된 ‘무역과 협력 협정’ 초안은 △ 새로운 경제, 사회적 협력관계를 담은 자유무역협정 △ 사법 협력을 위한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는 시민 안전 파트너십 △ 분쟁 해결 방법 등 거버넌스에 관한 수평적 합의 등 세 축으로 구성된다. 다만 이번 합의에서 금융 부문의 구체적 내용과 외교 정책, 대외 안보, 방위 협력은 다루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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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정 중 상품 교역은 미래관계 협상의 핵심 중 하나였다. 당초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측 간 무관세 교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함께 무관세가 적용되는 상품의 수량에도 별도의 제한이 없는 ‘무쿼터’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자유무역협정 합의를 통해 이 목표를 달성했다. EU가 기존에 다른 선진국과 체결한 어떤 무역협정보다도 영국과의 협정에서 단일시장에 대한 더 큰 접근권을 보장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 과거와 같이 EU의 회원국으로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하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달라지는 점도 존재한다. 우선 내년 1월 1일부터 교역에 관세 및 규제 국경이 세워진다. 상품 이동에 통관 및 검역 절차가 적용되는 만큼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주의 자유
이주 영국인들은 더이상 EU를 자유롭게 오가지 못한다. EU 회원국에서 해당국 시민처럼 일하고 공부하고 사업을 하거나 거주할 권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앞으로 영국인들이 EU 회원국에서 90일 넘게 체류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EU 회원국 국적자의 영국 내 자유로운 이동도 종료된다.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
공정경쟁환경은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막판까지 이견을 보인 쟁점 중 하나였다. EU는 그동안 영국이 EU 규제 체계에서 벗어난 뒤에도 조세와 국가보조금, 환경 및 노동권 등과 관련해 공정경쟁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국이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특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EU 기업 대비 경쟁력을 확보, 불공정한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양측은 이번 합의안에서 국가보조금 관련 공통의 법적 구속력 있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 원칙은 양측 법원에서 집행가능하며 불법 보조금 등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노동권 등의 분야에서 양측 규제가 달라지는 상황에 대비해 ‘재균형 메커니즘(rebalancing mechanism)’을 구축키로 했다. 이 메커니즘에 따라 불이익을 본 측에서 공정한 경쟁을 회복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도록 했다.
◇안보
영국은 유럽사법협력기구(Eurojust·유로저스트), 유럽경찰청(유로폴·Europol) 회원국에서 빠지게 된다. 그러나 양측 경찰과 사법 당국의 협력 하에 영국과 이들 기구 사이의 협력은 계속된다. 영국은 실종이나 도난에 대한 경찰 경보를 공유하는 EU 지역 데이터베이스, 테러 대응과 용의자 지문, DNA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금융서비스
영국이 강점을 가진 금융서비스는 이번 합의안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양측은 그동안 무역협정 협상과 별개로 금융시장에 관한 별도 협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내년부터 금융서비스는 규제동등성 평가에 따르게 된다. EU가 비회원국의 금융규제 및 금융감독 실효성 등이 EU 기준에 부합하다고 결정하면 비회원국의 금융회사도 개별 EU 회원국의 별도 인가없이 영업이 가능하다.
다만 EU의 동등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일부 규제 등이 남아 있어 새해부터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핵심적인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측은 향후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금융서비스에 관한 별도 규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