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정안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합의를 무효로 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노조 교섭 요구에 대해 사용자의 교섭거부권 행사를 명시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로부터 연구의뢰 받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상희 교수는 현행 노조법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한 것은 1997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사간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 금지로 중소규모 노조의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13년간 유예되다가 2009년 노사정합의를 통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하되 조합원 규모별로 적정수준의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운영키로 하면서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시행 이후 근로시간면제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노동조합 전임자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노조 업무를 보장하는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도)가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이 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속적으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급여지급 금지 규정 폐지를 권고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정부의 노조전임자 상황을 고려해 근로시간면제제도에서 일정한 한도를 설정·유지하는 정책은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시 중소규모 노조활동 위축이라는 우려에 대응한 제도라”라면서 “정부개정안과 같이 현행 쟁의행위 금지규정인 전임자 임금지급 삭제와 근로시간면제한도 초과 합의 무효 규정 하에서는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근로시간면제한도를 늘려달라는 노조 요구의 급증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근로시간면제한도 초과 협약을 무효로 하는 규정이 정부 개정안에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미 노측과 합의한 초과협약을 무효로 주장하는 사용자는 없을 것”이라며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는 교섭요구에 대해 사측이 교섭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美·英·獨·佛, 노조전임자에 사용자 재정지원 없어
이 교수는 주요 선진국은 우리와 노사관계 토양이 달라 노조전임자에 대한 재정지원이 전혀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노조전임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기업에 소속된 종업원이 아니라 초기업(산별) 노동조합의 간부나 직원으로 기업 내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외부에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도 이들이 소속돼 있는 초기업 노조에서 지급할 뿐 사용자의 비용지원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우리와 같은 기업별 노조가 중심인 일본에서도 노조전임자가 종업원이지만 비용지원 관행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초기업노조 중심의 선진국에도 상기 노조전임자 외에 노조전임자는 아니지만 종업원 신분을 가지고 기업 내 노조활동(노사관계 업무수행, 노조 교육참가 등)과 근로자 대표활동(직원 고충처리, 근로자 이익대표 등)을 혼재해 수행하는 인력(노조전임자 유사자)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명칭은 제각각이며 노조전임자 유사자에 대한 급여지원도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이들 국가의 노조전임자 유사자들과 비교해도 면제한도가 높은 편”이라며 “우리나라 근로시간면제자는 이들 국가에서 초기업노조가 담당하는 핵심 활동인 단체교섭을 기업별 노조가 직접 전부를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