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입 가격 인하를 위한 병행수입 활성화에 적극나서면서 외국 브랜드의 해외 직소싱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공식 수입업체들이 잇달아 제품 가격을 내리며 소비자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백화점·마트·소셜커머스·오픈마켓 등 유통업체들이 병행수입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더욱 값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대거 이탈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0~30% 가격을 내리거나 기존 고가방침을 철회하는 등 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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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옛 제일모직)으로부터 내달 ‘나인웨스트’ 사업을 이관받게 되는 지알아이코리아도 가격을 20% 내리기로 했다. 조정 이후 평균 판매가는 15만~18만원대로 책정된다.
싱가포르 신발 브랜드 ‘찰스앤키스’도 올 시즌부터 대표 제품 가격을 8만원까지 낮추기로 했다.
업계에선 병행수입 및 해외직구 열풍으로 수입업체들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의 병행수입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는 다음달을 기점으로 국내 수입 유통사들이 고수해 온 제품 가격도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 집계 결과 통관인증제도 시행 전 15개월간(2011년 6월∼2012년 8월) 병행수입 금액은 1418억원이었으나 시행 후 15개월간(2012년 9월∼2013년 11월)은 1932억원으로 36%나 늘었다. 병행수입의 증가 등에 따라 독점 수입업체의 판매 가격도 하락했다. 관세청 조사 결과 유명 화장품, 유모차, 아동의류 등의 독점 수입 업체들은 국내 판매가격을 10%에서 많게는 40%까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직구나 병행수입 제품을 구입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며 “국내 수입 업체들도 기존 가격정책으로는 더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본사를 설득해서라도 가격 거품 제거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