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트로피 들어올리는 법[임진모의 樂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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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기자I 2026.03.09 04:30:00

오스카서 '씨너스'와 맞붙는 '골든'
그래미 이어 수상 성공할지 주목
'아파트·캣츠아이'는 그래미 불발
K팝 대중성+예술성 시험대 올라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다가올 15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 음악계의 관전 포인트는 스매시 히트 ‘골든’이 그래미상에 이어 다시 한번 수상에 성공하느냐다. 숙적과 또 맞붙는다. 영화 자체는 물론 음악도 고평을 만끽한 영화 ‘씨너스: 죄인들’의 음악과 또 한 차례 겨루게 된 것이다. 골든 글로브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곡 ‘골든’과 ‘씨너스: 죄인들’은 각각 ‘베스트 오리지널 송’과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 상을 나눠 가졌고 그래미에서도 그 양분은 반복됐다.

영화음악 작곡상이라 할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는 ‘골든’이 수상, K팝 최초의 그래미상 수상이란 영광을 누렸지만 ‘씨너스: 죄인들’의 음악도 ‘베스트 스코어 사운드트랙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오스카에선 스코어 부문에 ‘케데헌’은 오르지 못한 반면 ‘씨너스: 죄인들’은 노미네이트돼 수상이 유력하다. 이 영화에 삽입된 노래 ‘아이 라이드 투 유’가 ‘골든’과 ‘베스트 오리지널 송’ 즉 영화 주제가 부문을 놓고 격돌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서 ‘아이 라이드 투 유’가 상을 받게 된다면 지난해 영화음악의 승자는 ‘케데헌’이 아닌 ‘씨너스’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끝나면 우리로선 아쉬움이 짙게 남을 것이다. 음악계 입장에서 사실상 그래미상의 K팝 외면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그래미상은 후보가 발표되자 K팝이 뭔가 큰일을 낼 것 같은 느낌이 충만했다.

언론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합작 ‘아파트’가 본상인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에 후보에 오른 것에 흥분했고 하이브 기획사가 만든 미국 걸그룹 캣츠아이가 ‘최우수 신인’에 노미네이트 된 것에도 들떴다. ‘이번에는 터진다’며 본상 수상을 확신하는 기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미상의 관례와 수상 경향을 지속 관찰한 전문가들은 ‘여전히 그래미상은 K팝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결과가 그걸 웅변해 줬다.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라틴 팝 아티스트 배드 버니가 거머쥐었다. 이 상은 갈수록 앨범이 단일 음원에 밀리는 현실이라 상대적으로 더 우대되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 영예의 부문으로 통한다. 역사를 빛낸 라틴 팝 가수들은 수두룩하지만 단 한 번 이 상과 포옹한 사람은 없었다. 이 때문에 거친 비유일지 몰라도 영미 팝 다음으로 헤게모니를 놓고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경쟁하는 라틴 팝과 K팝의 대결에서 전자가 승리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K팝의 강세는 여전하다. ‘케데헌’ 하나로 충분하다. 아직도 빌보드 싱글차트 톱10을 지키는 ‘골든’은 인기 하락의 기세를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2012년 싸이의 기념비적인 ‘강남스타일’ 이후 보통명사가 된 K팝은 ‘유튜브 시대의 비틀스’라는 BTS를 거치면서 세계 음악 팬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전혀 무관하고 전혀 다른 윤수일의 ‘아파트’까지 소환한 로제의 노래는 한국은 물론 북미와 유럽을 뒤집어 놓았다.

이런데도 왜 그래미는 묵묵부답인가. 그들의 시기와 질투라는 감정적 분석보다는 현재의 K팝에 대한 냉정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래미상은 전통적으로 아무리 어떤 곡과 가수가 세상을 석권하며 인기와 판매 돌풍을 일으켜도 꼼짝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최고 디바인 머라이어 캐리의 전성기 음반과 곡들 그리고 1996년 라틴 두 아저씨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가 아무리 세계와 미국 시장에서 떵떵거려도 그것들이 누린 상업적 대성공으로 족하다고 보고 예술적 영예는 하사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아카데미 음악상도 거의 마찬가지지만 그래미상은 대중과 시장의 호응보다는 예술적 인정을 우선시한다. 확실히 그래미가 선호하는 작품들은 선율과 리듬의 독창성, 음악이 밖을 향해 열리도록 하는 진행의 유연함, 예술성 탐색의 태도 등을 특징으로 한다. 갈수록 대중적으로 변모해 간다는 일각의 비판이 존재하지만 절대 기준이라 할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고집은 변함이 없다. 그래미나 오스카를 받고 싶다면 답은 나와 있다. K팝의 정체성을 견지하면서 예술성을 덧입히는 퓨전이 필요하다. 다수 대중에게 어필하는 동시에 ‘음악인구’에 소구해야 한다. K팝에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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