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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은행주공 조합 측에 평(3.3㎡)당 공사비로 698만원을 제안하고 조합 사업비 89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두산건설은 평당 공사비 635만원을 제안하고, 실착공 이후에는 공사비를 고정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최근 공사비 상승 추세에 비춰보면 이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장의 평균 공사비는 평당 842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750만 6000원) 대비 12.3% 오르고, 2020년(528만 7000원) 대비로는 59.4%나 오른 수치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평당 평균 공사비는 673만 2000원, 지방은 평균 665만 2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9% 8% 상승했다. 다만 성남은 경기도에서도 최상급 입지로 꼽히는 만큼 서울의 공사비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아울러 양사는 혁신적인 설계와 최고급 건설 자재를 활용해 차별화된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에 업계뿐만 아니라 은행주공 일부 조합원은 양측의 공약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불안정한 정세로 공사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리 없다는 것이다. 향후 공사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거나 일부 공약을 번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양사는 충분히 현실성 있는 계획 하에 공사비를 정했기 때문에 공약을 번복하는 사태 역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은행주공은 총 3200여 가구의 대단지로, 재건축 공사를 하는데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며 “소규모 단지를 공사하는 것과 비교하면 예상외로 큰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는 40층 이상 초고층으로 짓기 때문에 소방법, 내진설계 등 각종 규제가 발생하면서 공사비도 대폭 올라가지만, 은행주공 단지는 최대 30층인 덕분에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며 “이밖에 사업지를 둘러싼 교통, 지반 등 여러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도 제시한 공사비는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건설 역시 사업 제반 상황과 장기적인 홍보 효과를 고려했기 때문에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내걸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은행주공은 단지 내 단차가 57m 있는데, 두산건설은 부산 등지에서 단차가 더 큰 단지를 공사한 실적이 있다”며 “그동안 유사한 사업을 하면서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발휘하면 평당 635만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에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업 마진을 최대한 줄였지만,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격화하고 서울에서도 주요한 사업장들이 나올 텐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성남에 랜드마크 단지 건설 실적이 있으면 그에 따른 다양한 효과가 따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수주실적 강화 등 전략적 요충지로서 요긴하게 활용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극적으로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두 회사의 이러한 전략적 판단이 일치하기 때문에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