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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먼 주미캐나다 대사는 1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뤼도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 간의 만찬에서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의 모든 제품에 대한 관세 위협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계였다고 이같이 밝혔다.
힐먼 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주 저택 마러라고에서 이뤄진 만찬에서 트뤼도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의 옆 자리에 배석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국경을 넘는 마약과 이민자를 막지 못하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에 전화통화로 직접 만나자고 요청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그를 지난달 29일 초대했다.
만찬에서 캐나다 측은 트럼프 당선인에 캐나다-미국 국경과 멕시코-미국 국경은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밝혔다. 힐먼 대사는 “우리 국경은 멕시코 국경과 다르다는 메시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서 주제는 대부분 국경 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트뤼도 총리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차이의 정도를 지적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펜타닐(마약류의 일종) 밀매는 본질적으로 ‘제로’라고 강조했다. 힐먼 대사는 압수 사례가 있지만, 캐나다는 범죄 밀매가 아닌 개인용 압수로 파악하고 있다며, 미국 당국이 압수한 펜타닐의 99.8%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이민 관련해서도 힐먼 대사는 “개인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사례에 대해, 지난해 캐나다가 차지한 비율은 전체 단속 건수의 1% 미만인 0.6%였다”고 말했다.
미국 세관 당국은 작년 캐나다 국경에서 펜타닐 43파운드를 압수한 반면, 멕시코 국경에서는 2만1100파운드를 압수했다. 이민과 관련해선 미국 국경순찰대는 작년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캐나다 국경에서 2만3721명을 체포했으며, 멕시코 국경에서는 지난 10월에만 5만6530명을 체포했다. 힐먼 대사는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힐먼 대사는 캐나다가 국경 보안을 위해 새로운 투자를 할 준비가 돼 있으며, 헬리콥터와 드론을 더 배치하고, 법 집행관을 더 늘릴 계획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에서 캐나다와 미국 간의 무역 불균형 문제도 논의됐다. 힐먼 대사는 미국이 작년에 캐나다에 750억 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지만, 캐나다가 미국에 판매하는 것의 3분의 1이 에너지 수출이며, 가격이 높았다고 언급했다.
캐나다는 에너지와 필수 광물 수출에서 미국의 주요 공급국임을 강조했다. 캐나다는 미국 36개주에서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이며, 매일 약 36억 캐나다 달러(약 27억 달러) 상당의 상품과 서비스가 국경을 넘나든다. 미국 원유 수입의 약 60%는 캐나다에서, 미국 전기 수입의 85%는 캐나다에서 이뤄진다. 또 캐나다는 미국에 철강, 알루미늄, 우라늄을 공급하는 최대 해외 공급국이며, 미 국방부가 국가 안보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34개의 중요 광물 및 금속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캐나다 수출의 77%가 미국으로 향한다.
힐먼 대사는 “트뤼도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이 ‘잘 어울렸다’”고 말했으며, “만찬은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직접 아이패드로 음악을 재생했고, 트뤼도 총리에게 캐나다 출신 가수 셀린 디옹의 열렬한 팬이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힐먼 대사는 “솔직히 말해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관세가 없다고 분명히 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만찬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트뤼도 총리와의 ‘마러라고 회동’에 대해 “매우 생산적”이었다면서 마약류 단속에 대한 협력을 약속받았다고 밝혔지만, ‘관세’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