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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중고나라 따라잡고 신흥강자 떠오른 이유는

이윤화 기자I 2020.10.06 05:45:00

중고거래 새 장 연 모바일 동네 장터②
지역 기반 서비스로 중고거래 안전성 담보
‘수수료 0원’, ‘직거래’ 등 당근 장점 살려
중고나라·번개장터 넘어 중고시장 강자로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대표적인 불황형 사업인 중고거래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중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는 순이용자(UV)는 지난 6월 기준 1090만명으로,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4050만명의 2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PC 웹사이트 기반에서 모바일 앱 형태로 점점 진화하는 모양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이 3파전을 이뤘지만, 최근 당근마켓이 급성장하며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2003년 네이버 카페에서 시작한 중고나라는 ‘중고거래=중고나라’라는 인식을 만들어냈을 만큼 국내 중고거래 시장 1위를 지켜왔다. 누적 이용자수를 기준으로 하면 중고나라가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으나 월간활성이용자(MAU) 증가세로 따지면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의 성장이 가장 두드러진다.

김재현(왼쪽)·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중고거래 신뢰성 담보’…당근마켓 성장의 경쟁력

당근마켓과 중고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고거래가 가능한 범위다. 거래 가능 범위에 제한이 없는 중고나라와 달리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을 지닌 당근마켓은 ‘동네 거래’를 표방한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등 역설적인 표현이 생길 정도로 사기 피해가 많이 발생해 거래 안정성이 떨어지는 중고거래의 단점을 ‘이웃 간 거래’라는 콘셉트로 보완한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당근마켓은 이용자 거주지 반경 6㎞ 이내로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30일마다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으로 위치를 설정하고 문자로 사용자 인증을 거쳐야 사용이 가능하다. 직거래 시 공공장소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이용자 대상 ‘안전거래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GPS 인증을 기반으로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연결돼 있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 모두 서로 근거리에 거주하고 있다는 신뢰가 생긴다.

당근마켓은 사실상 100% 직거래만 가능하도록 시스템화 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끼리 직접 만나 소통하고 거래하는 덕에 사기에 대한 우려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료=당근마켓 캡처)
중고거래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당근마켓은 지난 5년간 무섭게 성장해 왔다. 2015년 7월 서비스 론칭 2년 만인 2017년 6월 23만명 수준이던 MAU는 올해 9월 1150만명을 돌파하며 50배 가량 성장했다. 전국을 6577개 지역으로 세분화한데 이어 동네 소상공인과 주민을 연결하는 ‘내 근처’ 서비스 등을 새롭게 오픈하면서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경쟁 업체들과 성장세를 비교해 봐도 단연 독보적이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한 이용자가 중고거래 앱 여러 개를 사용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당근마켓의 UV 수는 981만명으로 중고거래 앱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번개장터(219만명), 중고나라(76만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고나라 역시 최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안전결제’ 정책을 실시하며 거래 안전성 담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중고나라는 지난 8월 1일부터 거래 수수료를 판매자가 부담하던 안전결제 수수료를 구매자로 변경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7월 대비 거래 건수는 2.4배, 거래 금액은 3.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안전 거래를 위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시스템은 바뀌지 않아 직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의 경우 iOS(애플의 운영체제) 사용자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 “안드로이드와 iOS 수치를 모두 합하면 8월 MAU 기준 1086만명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자료:당근마켓 유튜브 갈무리)
◇서비스 지속성 달린 수익 창출도 ‘지역기반 차별화’

당근마켓은 중개 거래 수수료를 수익 창출 모델로 하는 소비자간 거래(C2C) 마켓플레이스 플랫폼과 달리 수수료가 없다. 대신 광고를 받아 수익을 만들어내는데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서비스’라는 장점은 수익구조 개선에도 효과적이었다.

타깃 광고가 대세로 떠오른 요즘 당근마켓의 광고는 사용자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아닌 동네에 대한 새로운 정보로 인식된다. 신장개업한 치킨 집부터 네일아트 숍, 미용실, 부동산까지 ‘동네장사’를 하는 사장님들에게도 광범위한 온라인 웹사이트보다 광고 효과가 높은 플랫폼이 된다. 실제로 일반적인 온라인·앱 배너 광고 클릭률이 0.03% 정도에 그치는 것에 비해 당근마켓의 광고 클릭률은 5% 수준에 달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중고 거래를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우리 동네 광고가 올라오면 필요 없는 광고가 아닌 ‘정보’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면서 “중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사장님들의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매칭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광고가 수익 창출의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커뮤니티 기반의 서비스를 넓혀가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가능성도 보인다. 앱 카테고리를 기존 ‘쇼핑’에서 ‘소셜’로 변경하며 ‘연결’에 초점을 둔 서비스 고도화에 본격 나섰다.

‘동네 이웃 간의 연결을 도와 따뜻하고 활발한 교류가 있는 지역 사회를 꿈꾼다’는 당근마켓의 모토에 걸맞게 중고물품 거래뿐 아니라 재능 나눔, 품앗이 등 새로운 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조기 축구회 인원 모집이나 자녀, 반려 동물 돌봄이 모집 등 동네 주민들끼리 생활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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