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오죽하면 기분 상해죄로 불리겠나…아동학대 기준 명확해야”

신하영 기자I 2025.03.26 05:30:00

■만났습니다-강주호 교총 신임회장
역대 최연소 당선…“선·후배 교원 가교역할”
“아동학대 무고 막으려면 기준 구체화해야”
“교원보호 119센터, 현직 교사 배치할 것”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사의 어떤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지 구체적 기준이 있어야 교권침해를 막을 수 있다.”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교총회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아동복지법상의 정서적 학대 행위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법령 개정을 통한 구체화를 요구한 것이다.

현행 아동복지법 17조 5항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교사들은 정서적 학대행위가 되는 기준이 모호해 정당한 교육활동·생활지도까지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 회장은 “학교 현장에서는 오죽하면 정서적 학대 행위를 ‘아동 기분 상해죄’라고 희화화하고 있다”며 “정서적 학대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교사가 수행평가에서 ‘노력을 요한다’는 평가를 썼다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사례도 있다는 주장이다.

강주호 교총 신임회장. (사진=이영훈 기자)
■다음은 강주호 회장과의 일문일답

-회장 선거에서 30대 최연소로 당선됐다.

△초중고 교원 평균 연령이 41세다. 제가 38세라 학교에서도 저 연차 교사와 고 연차 교사 간 가교역할을 많이 해 왔다. 학교 현장을 잘 알면서도 선배에 대한 예우와 후배에 대한 공감 능력을 동시에 갖춘 회장으로서 저를 낙점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만큼 향후 회원들과 소통하고 선배와 후배 간 가교역할을 하는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

-회장 선거에서 ‘교원 보호 119’를 만들어 교사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교원 보호 119 센터는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악성 민원이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노출됐을 때 즉시 출동해 처음부터 끝까지 교사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지금도 교총은 교원 보호 119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교총 직원이 아닌 현직 교사 3~4명이 상담하도록 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현장 교사들이 배치돼 상담하게 되면 전화를 건 교사들도 동질감을 느끼며 마음을 열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상담 서비스의 질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교원 보호 119를 가동하기 위해 내부 직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추후 교사 대상 공모를 통해 119 위원을 선정할 예정이다.

-교총에서는 저 연차 교사들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왔는데 실제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에 비해 초임 교사들의 연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우수한 예비교사들이 교직에 많이 입직해야 공교육의 질이 제고된다. 그러려면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3년간 물가 상승 대비 교사들의 실질 임금 인상률은 7.2% 삭감됐다. 민간기업 대비 교사 임금 역시 2020년에는 90%였지만 2024년에는 83%까지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 연차 교사들이 교단을 등지고 있다.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년간 퇴직한 10년 차 미만 초중고 교사는 576명으로 최근 5년간 최다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저 연차 교사가 교직을 그만두려 하면 말리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잘 생각했다며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는 분위기까지 생겼다. 교총이 지난해 8월 실시한 ‘2030 교사’ 4603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가 월급 때문에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수 인재들이 교직에 뜻을 둘 수 있도록 획기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교육부 주도로 교권 보호 5법이 통과됐는데.

△여전히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교권 침해가 이어지고 있어서 법 통과 뒤에도 현장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다. 실제로 법 통과 이후 초등학생에게 빰을 맞은 교감 선생님이 있었고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1심에서 당연퇴직형을 받은 인솔 교사, 학생 간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 서로 사과하라고 지도했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교사 등의 사례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과거에는 자녀에 대한 민원을 제기할 때도 공동체를 생각하면서 주장했는데 요즘은 학급·교실·학교 공동체가 붕괴돼도 우리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민원을 제기한다. 예컨대 자녀가 수학 문제를 못 풀면 문제가 너무 어려우니 쉽게 내라고 항의하는 식이다.

-법령상 아동학대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아동복지법상의 정서적 학대 행위의 기준이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이다. 아동복지법 17조 5항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행위가 정서적 학대인지는 법관의 해석에 좌우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오죽하면 정서적 학대 행위를 ‘아동 기분 상해죄’라고 희화화하고 있다.

정서적 학대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 보니 교사가 수행평가에서 ‘노력 요함’을 줬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나마 작년 3월 교원지위법 시행령 개정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수사받는 경우 교육감 의견을 반드시 반영토록 하면서 불기소 처분이 늘었지만, 여전히 교사들은 고초를 겪고 있다. 교사는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나올 때까지 최소 수개월 동안 수업도 제대로 못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은 검찰에 불송치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은 경찰 수사 결과에서 무혐의가 나와도 무조건 검찰에 송치토록 하고 있어 교사들의 원성이 높다.

-교사들 사이에선 행정업무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많은데.

△현장 교사로 일할 때 약 6개월간 총 200개의 기안문을 작성한 적이 있다. 하루 1건 이상의 기안문을 쓴 것이다. 학교 안에는 수많은 위원회가 존재한다. 저 같은 경우 현직에서 교내 교복선정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는데 교사가 교복 입찰을 진행하고 제품별 원단 성분까지 확인해야 했다. 요즘 학생들은 태블릿PC로 학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이를 분실하거나 고장 내는 사례도 늘었다. 이럴 때도 교사는 수리비 등을 받기 위해 교육청에 품의서를 올려야 한다. 교내 정수기의 수질 검사도 교사들 몫이며 최근에는 몰래카메라 탐지 업무에 더해 교내 폐쇄회로(CC)TV도 교사가 관리한다.

한국 교사들의 주당 행정 업무량이 OECD 평균의 2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거 수십 년간 교사 행정업무 경감을 주장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는 ‘경감’이 아니라 ‘분리’가 정답이기 때문이다. 교육청 단위에서 학교행정 지원 전담기구를 두고 단위 학교의 행정업무를 이곳으로 이관해야 한다.

-교총 회장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은 최우선 목표는.

△무엇보다 교사들이 가르칠 맛 나는 학교 현장을 만드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 어려움에 처한 교사들과 고민을 나누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교총 회장이 되고자 한다. 교총 내에는 교장·교감 등 관리직 회원도 많다. 이들의 권위를 세우고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관리직 처우 개선을 얘기하면 저 연차 교사 중에는 이를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교직 사회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저 연차·고 연차 교사들의 처우 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것이다.

강주호 교총 회장 △경남 진주 1986년생 △진주고 △목원대 수학교육과 △경상국립대 교육학석사 △경상국립대 교육학 박사과정 수료 △경남 진주동중 교사 △교총 청년위원회 분과위원장 △교총 정책자문위원 △진주시 지역교권보호위원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대표위원 △한국교총장학회 이사장 △한국교육신문사 대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제40대 교총 회장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