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노란 민방위 복을 입고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았다. 추석을 한 달 앞두고 민심을 듣고 축산물, 과일, 채소 등 가격과 수급상황을 점검한 것이다.
이 장면을 담은 YTN ‘돌발영상’에는 윤 대통령이 과열 진열대에서 아오리 사과를 발견하고 “이거는 뭐야?”, “당도가 떨어지는 건가?”, “이게 빨개지는 거에요?”라고 묻는 모습이 나온다.
이에 마트 직원은 “아오리 사과, 풋사과라고 한다”라며 “오래 놔두면 빨개지는데, 빨개지면 맛이 변해버린다”라고 답했고, 윤 대통령은 “아~”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오리 사과”라고 되뇌었다.
해당 장면엔 ‘마트 돌아다니며 농수산 지식 공부도’, ‘아오리 사과는 생소한 듯’이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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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사과로 알려진 아오리 사과도 빨개진다. 여름에 새콤한 맛으로 먹는 아오리 사과도 익으면 단맛이 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질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록’을 떠올리게 했다.
2016년 7월 28일 울산으로 여름 휴가를 떠난 박 대통령은 지역 전통시장을 둘러보며 고춧가루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이게 다 국산 고춧가루로…”라고 말끝을 흐리는 물음에 상인이 “다 국산 고춧가루”라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고추로 맨든(만든) 가루…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는 지난 1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취임 100일을 맞이한 윤 대통령을 비판하며 “우리 국민이 얼마나 안타깝냐면 민생, 물가 확인한다고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아오리 사과를 집어들고 이게 언제쯤 빨개지느냐, 이렇게 물어보는 분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모시는 거 아니겠는가? 듣는 사람들 얼굴이 빨개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아오리 사과와 함께 윤 대통령의 반말에 대한 비판도 상당했다. 이번 촌극은 윤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 쇄신 요구와도 직결된다.
친야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이를 놓치지 않고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아오리 사과 질문 장면을 올리며 “대통령이면 아무에게나 반말해도 되는 건가. 제왕적 권위주의를 내려놓았다고? 왕놀이 그만 멈춰라”라고 비판했다.
야당에선 ‘보여주기식’ 말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란 지적도 이어졌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서 “저는 아오리 사과 실수 같은 것은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홍보수석 교체한다고 이런 (아오리 사과 질문과 같은) 돌발영상 계속 나오면 100번 바꿔도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최 전 수석은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문제이고, 지지도 하락이다. 본원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과연 홍보라인을 교체한다고 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홍보가 안 돼’라면서 100일도 되기 전에 홍보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쪽을 만지는 문제는 처음 있는 일이자 본질하고 벗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