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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번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발표로 오는 2025년까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하려는 계획은 순항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정책방향 수립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행 법상 대규모 발전소를 지으려면 에너지 최상위법인 에너지기본계획(5년 단위)을 토대로 하위법인 전력수급기본계획(2년 단위)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 근거인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이 폐기돼 발전소를 건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식으로 하려면 국회 법 개정 절차를 거쳐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언제 이뤄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에 정부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으로 기존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12월 발표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내용을 삽입할 계획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원전 건설 최대 난제인 부지를 확보해 놓은 데다, 주기기 설계·제작도 일부 이뤄져 있는 만큼 법적 근거만 확보하면 건설 재개가 가능하다. 별도의 공론화 절차도 생략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달 20여 차례 진행한 공청회·토론회로 이미 공론화 절차를 끝냈다고 봤다.
마지막 관문인 환경영향평가도 이변이 없는 한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2016년 해당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까지 통과한 적이 있다. 5년의 시효가 지나 다시 평가를 받게 된 것뿐이다. 원전업계에선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등 원전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국내 원전 기자재 기업 상당수는 2016년까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준비해오다가 이듬해 기약 없이 중단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 5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원전업계 매출은 2020년 4조1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는 2만2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착공과 체코·폴란드 등 해외 수출까지 원전 생태계 유지·복원하려는 취지에서 2025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전제로 1조원 이상의 새 일감을 미리 발주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 설계나 예비품 선(先)발주 형태로 925억원의 사업을 추진한다. 또 연내 28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미리 계약하기로 했다.
하지만 충분한 법적 근거 없이 관련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시행에 맞춰 에너지 부문 최상위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하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해당 건설 계획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 전문위원은 “산업부가 일방적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법적 근거 없는 정책방향 발표를 토대로 신한울 3·4호기 조기 건설을 조기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처럼 윤 정부의 친원전 정책도 차기 정부 성향에 따라 뒤집힐 여지를 남긴 셈이다. 문재인 정부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아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2017년 출범 직후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며 2014년 수립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무력화했다. 원칙대로라면 2019년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우선해야 했으나 2018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반영코자 순서를 뒤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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