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제목 때문일까.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만난 현대무용가 김설진과 연출가 민준호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두 사람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신작 ‘자파리’를 공연한다. ‘자파리’는 제주도 방언으로 ‘장난’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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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가변형 극장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기획공연 ‘컨템포러리S’ 시리즈의 일환이다. 무용계 스타 김설진, 그리고 배우 진선규·이희준·김민재 등이 활동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대표 민준호 연출이 참여해 공연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설진이 이번 공연을 사심이라고 말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안무가로 연출가에게 선택받는 입장이었던 그가 이번에는 반대로 연출가부터 음악감독, 무대·조명 디자이너까지 창작진을 자신이 원하는 이들로 꾸렸기 때문이다. 출연하는 무용수는 김설진 단 1명. 그는 “무용수들을 모아서 안무하는 작업 방식이 편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방언을 제목으로 정한 것은 김설진의 고향이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김설진에 대한 자전적인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민준호 연출은 “그런 기대를 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설진이는 손장난도 많이 하고 일반인보다 10배는 넘게 다른 곳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다”며 “이런 설진이의 남다른 모습을 공연으로 관객에게 공감시키고 싶다”고 부연했다.
공연 제목처럼 이들의 작업 방식도 장난을 치듯 자유롭다.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긴 연습시간 동안 김설진이 여러 가지 몸짓을 펼치면 민준호 연출이 그중에서 재미있는 요소들을 찾아내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준호 연출은 “어제는 설진이가 연습실에 놓여 있는 사물함을 피아노 건반을 연주하듯 움직였다”며 “이런 장난스러운 움직임을 잘 나열해서 설진이가 갖고 있는 ‘무용의 획’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이다. 김설진의 실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민준호 연출은 그에게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창단 작품이 된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안무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설진이 워낙 바쁜 탓에 작업은 성사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지난해 연극 ‘뜨거운 여름’의 배우와 연출가로 처음 만났다. 이후 무용극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와 ‘돛닻’ 등으로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자파리’도 그 연장선에 있다.
‘자파리’가 어떤 형태의 공연이 될지는 두 사람도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같이 전하고 싶은 공통의 메시지는 있다. 예술이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작은 장난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준호 연출은 “설진이를 보면 심각한 태도로 예술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며 “나 역시 그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설진은 “내가 무언가에 불을 붙이기 위해 던져 놓는 것, 그게 나의 ‘자파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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