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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서훈기준 개정 등 적극적으로 여성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발굴하는 모습에 환영하면서도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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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오는 3.1절에 독립유공자로 포상할 333명의 대상을 확정한 데 이어 광복절에 200명, 순국선열의 날 100명 등 연내 600여명의 유공자 서훈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한 해 포상 대상자가 35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중에서도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은 더욱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3·1절 유공 대상자 중 여성은 75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1962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여성이 서훈을 받은 해는 1990년(81명)이지만, 당시 상훈법 개정으로 인한 재분류 작업이었을 뿐 실제 새롭게 발굴한 규모로는 올해가 최대다.
이처럼 정부가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적극적인 건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과 의병 등 그동안 소외됐던 독립유공자 발굴을 적극 주문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정부수립 후 포상받은 독립유공자 1만5180명(2018년11월 기준) 중 여성은 단 2%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1977년 이후 3등급 이상의 서훈을 받은 여성은 전무하다. 일제 치하 여성들은 독립운동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지원한 경우가 많았던데다 유교문화 특성상 누구 엄마나 아내로 불렸던 터라 개인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 여기에 현재 서훈 기준이 옥고기간과 직위, 사회적 영향 등 지도자인 남성 위주로 정해지면서 여성 독립운동가는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다.
하지만 이들과 같은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 없었다면 독립운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형목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 김좌진 장군은 잘 알지만 그들의 부인이 누군지는 잘 모른다”며 “하지만 이들은 남편을 대신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아이 양육에 의병단의 식수발까지 책임진 또다른 독립운동가였다. 취사병도 전투병”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잔다르크’ 유관순 열사 서훈 격상요구 ‘봇물’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표적 여성 운동가인 유관순(1902~1920) 열사의 서훈 등급을 격상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1919년 3.1운동 당시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한 유 열사는 3·1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5개 서훈 등급 중 3등급인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실제 우리가 잘 아는 김구, 안중근, 윤봉길 등 애국지사 30명은 1등급인 대한민국장이 신채호, 신돌석 등 92명의 애국지사는 2등급인 대통령장이 수여됐다. 국내 여성 독립운동가 중 1등급은 전무하다. 대만 총통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이 유일한 1등급 여성이지만 외국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뉴욕주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3월 1일을 `유관순의 날`로 지정하는 등 유 열사의 공적을 기리자 국내에서도 서훈 등급을 격상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행 상훈법상 추가적인 공적이 발견되지 않고서는 서훈등급 격상은 불가능하다. 이에 유 열사의 고향인 충청권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을 개정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유 열사의 서훈등급을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상훈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관순 열사의 건국훈장 등급은 친일행위자보다도 낮은 서훈 등급”이라며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올해 유 열사의 서훈등급을 격상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나뉘어 있는 서훈 등급을 재평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주년 반짝효과?…정권교체 때마다 물갈이되는 공적심사위원회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소외됐던 독립운동가들을 적극 발굴하는 것을 반기면서도 동시에 이같은 현상이 100주년 반짝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특히 독립운동가들의 공적을 심사하는 보훈처 내 공적심사위원회가 정권 성향에 따라 물갈이되면서 여성 독립운동가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공적심사위원회의 전문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공적심사위원회는 독립운동 관련 분야를 연구한 관련 전문가 44명으로 구성돼 있고 선정과정이나 명단은 모두 비공개다. 수년간 공적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문 정부 들어 대통령이 강하게 주문하고 보훈처장 지위도 장관급으로 격상하면서 힘을 실어주니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발굴에 나서 올해 유공자가 많아진 측면이 있다”며 “100주년 효과가 꾸준히 가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 독립운동가를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 성향과 맞는 인사들로만 암암리에 위촉되는 공적심사위원회가 아닌 학계 추천을 받아 누구나 다 인정할 수 있는 인재풀을 구성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위원회를 구성할 때 비로소 적극적인 유공자 발굴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