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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의점 냉동고 앞은 작은 계절 지표가 됐다. 한낮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자 컵얼음과 봉지얼음 판매가 급증했다. GS25의 5월 컵얼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5%, 봉지얼음은 42.8% 늘었다. CU와 세븐일레븐에서도 컵얼음 판매가 30%가량 증가했다. 여름이 오기도 전에 얼음이 먼저 팔린 셈이다.
물론 이유는 덥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 더위는 매년 왔지만, 예전의 얼음은 집 냉동실 어딘가에 덜그럭거리며 얼어 있던 물이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얼음틀을 비틀고, 반쯤 붙은 얼음을 억지로 떼어내는 수고까지가 여름의 의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은 얼음을 얼리지 않는다. 그냥 산다.
이 변화의 한복판에는 편의점 커피와 대용량 음료가 있다. 1000원대 아이스커피, 1ℓ에 가까운 대용량 음료, 제로 탄산, 파우치 커피가 컵얼음과 붙어 하나의 세트처럼 팔린다. 음료를 고르고 얼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얼음을 먼저 들고 거기에 부을 무언가를 찾는 소비도 익숙해졌다. 얼음컵 하나가 컵이 되고, 냉장고가 되고, 작은 카페가 된다.
홈술 문화도 얼음의 몸값을 올렸다. 하이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스키보다 먼저 단단한 얼음이 필요하다. 녹아버린 얼음은 술을 싱겁게 만들고, 각이 살아 있는 얼음은 집 안 식탁을 순식간에 바 테이블처럼 보이게 한다. 그래서 편의점에는 구형 얼음, 레몬을 넣은 얼음컵, 대용량 봉지얼음까지 등장했다. 얼음에도 용도와 취향이 생긴 것이다.
가성비 계산도 빠지지 않는다. 카페에서 아이스음료 한 잔을 사면 4000~5000원이 쉽게 나간다. 하지만 편의점 컵얼음에 파우치 커피나 제로음료를 부으면 비용은 훨씬 낮아진다. 맛이 아주 근사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차갑고, 충분히 크고, 충분히 오래 간다. 고물가 시대의 소비자는 완벽한 만족보다 납득 가능한 시원함을 고른다. 얼음은 그런 타협의 핵심 재료다.
이쯤 되면 얼음은 그냥 얼어붙은 물이 아니다. 더운 출근길을 버티게 하는 장치이고, 퇴근 뒤 술 한 잔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소품이며,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날에도 기분만큼은 시원하게 바꿔주는 작은 사치다. 냉동고에서 꺼낸 투명한 얼음 몇 조각에 사람들은 잠깐의 여유와 약간의 기분 전환을 함께 산다.
기상청은 올해 연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여름은 길어지고, 더위는 빨라지고, 시원함의 가격표는 더 자주 우리의 손에 쥐어진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얼리는 일은 사소하지만 귀찮고, 편의점에서 얼음을 사는 일은 사소하지만 확실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5월부터 얼음을 산다.
사는 게 팍팍할수록 사람은 의외로 거창한 위로보다 즉각적인 감각에 끌린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어도 컵 안에서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으로 잠깐 살 것 같아진다. 뜨거운 계절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장바구니 속 여름은 이미 도착했다. 오늘도 누군가는 편의점 냉동고 문을 열고 차가운 하루치 위안을 꺼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