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같은 상황서 국내 상장사에 대한 실적 눈높이마저 하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업황의 개선 속도가 둔화하는데다 원화 강세도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3분기에는 증권가의 예상보다도 어닝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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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삼성증권과 퀀트와이즈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3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75조 9321억원으로 한 달 전 전망치보다 1.0% 줄어들었다. 순이익 전망치는 같은 기간 1.9% 하락한 53조 75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 5010억원으로 한 달 사이 무려 6.0% 감소했고 순이익 전망치는 1조 5123억원으로 같은 기간 6.5% 하향됐다. 9월이 되자 3분기 눈높이 조정이 부지런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가장 큰 이유는 2분기 실적을 이끌던 ‘수출주’에 대한 전망이 완전히 뒤바뀐 탓이다. 6월 말 1달러당 1380원대였던 달러 가치는 현재 1330원 선으로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내린 만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파는 수출주들이 쥐는 돈(한국 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는 기계, 반도체 등 수출산업이 강했지만 원·달러가 하락하기 시작하며 달라졌다”며 “대미 수출주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 내수업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용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7월과 8월에는 가구와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콘스 홈플러스와 LL플루어링이 문을 닫기도 했다. 중국은 부동산 과잉 공급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생산자물자는 2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악순환에 빠졌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상장사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도, 차도…“눈높이 낮춰야 한다”
대형주만 봐도 3분기 실적은 암울하다.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만 해도 13조 6606억원이었지만 현재는 12조 1432억원이다. 한 달 사이 11.11% 줄어든 수치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시원찮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스마트폰 업체들의 메모리 보유 재고가 다시 증가하면서 디램(DRAM), 낸드(NAND) 모두 직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완제품의 원가율 상승도 부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스마트폰,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가 12~16주로 증가하면서 하반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가총액 상위 2위인 SK하이닉스(00066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한 달 전 7조 825억원에서 7조 13억원으로 소폭 하향됐다.
반도체와 함께 국내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동차 역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현대차(00538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한 달 전 3조 9649억원에서 3조 9619억원으로 0.08% 줄었고 기아(000270) 역시 같은 기간 3조 2637억원에서 3조 2244억원으로 1.20%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3분기 끄트머리인 9월부터 실적 눈높이가 조정되기 시작한 만큼, 삼성전자(005930)를 시작으로 3분기 실적발표가 본격화하는 10월 중순에는 하향 물꼬가 거세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원래 하반기 실적 전망은 점차 하향 조정되는 흐름을 보였던 경우가 많았던데다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의 경기 지표를 중심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기업 실적전망의 쇼크 및 이에 대비하는 하향 조정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