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은 문·이과 통합 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부터 지속됐다. 평가원은 통합 수능을 도입하며 국어·수학을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개편했다. 수학의 경우 총 30문항 중 22문항은 공통과목을, 나머지 8문항은 선택과목을 풀어야 한다.
문제는 선택과목에 따라 원점수를 보정하면서 표점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선택과목이 어려워 점수상 받는 불이익을 보완하려는 장치이지만, 인문계 선택과목 응시자들이 불리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문과 침공은 수능에서 우위를 점한 이과생들이 인문계열에 지원하면서 ‘대학 간판’을 높이려는 현상이다. 올해는 표점 차이가 최대 11점으로 벌어지면서 이과생 우위가 커진 만큼 문과 침공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종로학원 조사에선 자연계 수험생 50.5%가 문과로 교차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작년에는 이 비율이 46.6%였다. 이는 적성에 따라 인문계열 진학을 준비해온 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자신의 노력이 평가절하될 수 있어서다.
수험생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평가원은 매년 선택과목 간 표점 차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험생들이 점수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그런 이유에서라면 같은 만점을 받은 학생 간 표점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을 설계했어야 했다. 이미 사교육에서 공개한 표점 차에 따라 적성 아닌 점수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평가원은 지금이라도 이런 부작용을 인정하고 수능 채점 후 선택과목 간 표점 차이를 수험생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대입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며 이를 충족해 줄 때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