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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달라진 방청환경…"이젠 집에서 ‘랜선방청’해요"

정지윤 기자I 2020.09.07 00:05:45

''랜선방청''으로 공개코미디 콘셉트 이어가는 ''코빅''
장르 구분 없다...확대되는 비대면 녹화
사라지는 방청 알바...방송가 새로운 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의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방송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드라마는 온라인 제작발표회, 공개방송은 무관중 녹화, 라디오 방송은 자리마다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출연진 간 밀접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가에서는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을 모으고 있어 화제다.

tvN의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코빅)’의 ‘랜선방청’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관객들의 투표로 코너 순위가 결정되는 프로그램 특성상 방청객의 역할은 어느 프로그램보다 중요하다. 무작위로 뽑은 방청객이 무대에 오르거나 코너 진행을 관객의 선택에 맡기는 등 방청객과의 실시간 소통이 필수인 것.

코로나19로 코빅 이외에도 노래 경연, 토론, 강연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비대면 진행 방식을 도입하면서 방송가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랜선방청’으로 돌파구 찾은 코빅

약 4개월 동안 ‘무관중 녹화’를 유지하던 코빅은 지난 7월 5일 3쿼터부터 ‘랜선 방청’ 방식을 도입했다.

관객들은 PC·태블릿으로 화상앱 ‘줌(Zoom)’을 이용해 4시간 가량의 녹화를 실제 스튜디오에서 방청하듯 온라인으로 함께한다.



방에서 편하게 즐기는 랜선 방청(사진=관객 노경주 제공)


랜선 방청 도입으로 전국을 넘어 중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방청이 가능해졌다.

관객 노경주(32)씨는 “어디서든 시청 가능하고 어떤 자세로든 편하게 먹으면서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주변 시선을 의식할 필요까지 없어진 것.

관객들은 단순한 리액션에 그치지 않는다. 실시간 댓글을 남기듯 스케치북에 할 말을 쓰거나 재치 있는 그림을 그려 카메라에 비추는 등 녹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관객 정동미씨(30)는 “실제로 만나진 못하지만 개그맨들과 소통하며 같이 웃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너가 끝난 후 무대 맞은편 스크린에 보이는 관객과 소통하는 개그맨들(사진=관객 정동미 제공)


개그맨들이 스크린 속 방청객과 소통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코미디빅리그’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댓글로 “온라인 강의인 줄 알았다”, “코로나에 적응하려고 문화를 바꾸는 모습이 참 좋다”, ”실제로 방청을 갈 수 없는 시청자 입장에선 후토크를 영상으로 볼 수 있어 신선하다” 등의 호평을 적었다.

장르 구분 없다…확대되는 비대면 녹화

랜선 방청객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코빅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4일 방청객 100명과 녹화를 진행했다가 적절치 못한 대응이라고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았던 JTBC ‘히든싱어6’는 결국 녹화를 비대면 방식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달 7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네이버TV ‘히든싱어’ 채널에서 무대를 생중계하고 시청 후에는 문자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는 녹화에 반영해 라운드별 탈락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SBS ‘트롯신이 떴다’ 역시 관중들이 모두 온라인으로 방청에 참여해 무대를 즐기고 점수를 매긴다.



실시간 화상으로 시청자들에게 요리를 알려주는 MBC '백파더 : 요리를 멈추지 마!' (사진='100father' 인스타그램 캡처)


일방향 랜선 방청을 넘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6월 20일 첫 방송된 MBC ‘백파더 : 요리를 멈추지 마!’는 백종원이 요리 초보 이른바 ‘요린이’에게 화상으로 직접 요리를 가르치는 콘셉트다. 실시간 채팅에서 이제는 출연진과 시청자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소통하는 셈이다.

채널 올리브의 ‘집쿡라이브’도 비슷하다. 스타 요리사가 출연해 생방송으로 ‘집쿡러’에게 요리 팁을 전수해주는 포맷. 강연 형식의 tvN ‘미래수업’ 역시 지난 6월 첫 방송부터 온라인 방청객과 녹화를 함께 해오고 있다.

출연진 간의 소통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KBS ’사사건건’과 MBC ‘100분 토론’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진행자와 출연진이 화상회의를 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랜선 방청’의 형태로 예능 프로그램에 집중되어 있던 비대면 녹화가 이제는 장르의 구분 없이 방송가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다.

방청 알바 잠시 안녕…방송가 새로운 변화

현재 대부분의 공개방송은 ‘무관중 녹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있던 ‘방청객 아르바이트(알바)’는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보조출연·방청 알바를 연결해 주는 한 업체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여파로 현재 방송가의 방청객 알바 자리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단순히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무의미한 방청은 사라지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청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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