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건중 1건 안되는 전합 전원일치…균형찾기 성공한 김명수 대법원

송승현 기자I 2019.08.05 06:17:00

김명수 대법원 전원일치 8.1%…양승태 시절엔 33.6%
金 취임후 보수·진보 `수적 균형`…사법부 역사상 처음
非행정처·첫 재야출신 대법관 등 `실질적 다양화` 성과
`독수리 5형제` 있던 이용훈 대법원보다도 낮은 수준
"활발한 평의로 관료화 해소…판례 뒤집을 자료로 활용"

지난 달 2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제도 개편 간담회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김명수 대법원이 회부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반대의견이나 별개의견이 없는 전원일치 판결이 10건 가운데 1건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직전 양승태·이용훈 대법원 시절보다 낮아진 수치로, 그 만큼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목표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원합의체 전원일치 비율, 양승태 33.6% vs 김명수 8.1%

이데일리가 지난 2012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양승태 대법원과 김명수 대법원에서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 154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김명수 대법원에서 전원일치 판결이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양승태 대법원은 양 원장이 재직하던 지난 2011년 9월27일부터 2017년 9월22일까지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 116건 가운데 39건(33.62%)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고했다. 반면 김명수 대법원은 2017년 9월26일부터 올해 7월8일까지 37건 중 3건(8.10%)만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고했다.

김명수 대법원이 출범한 지 2년이 채 안되긴 했지만 양승태 대법원 시절과 같은 기간으로 비교해 봐도 김명수 대법원의 전원일치 판결 비율은 낮은 편이었다. 출범 후 기간을 같이 하면 양승태 대법원은 42건 중 17건(40.47%)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은 통상 상고심과 달리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13명의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제외)이 참여해 다수결로 결론을 내린다. 대법원은 상고심에 올라온 사건 가운데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못했을 때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판례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 경우 등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

◇역사상 첫 보수·진보 `수적균형`…실질적 다양화 성과

김명수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만장일치 판결이 줄어든 것은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앞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보수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 전 원장이 지난 2013년 신임 경력법관 임명식에서 “자기 혼자의 주관적 신념을 법관이 따라야 할 양심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상징과도 같다.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양 전 원장이 임명한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은 모두 보수성향 인물이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6명의 대법관(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김상환)이 교체되면서 보수-진보 대법관 수는 수적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다. 이는 1948년 사법부 출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김명수 대법원이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실질적 다양화를 이룬 것도 주된 이유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첫 대법관 임명제청 후보에 올랐던 안철상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경험이 전무한 비(非)서울대 출신이었다. 당시 법원 안팎에서는 그동안 법원행정처를 대법관 승진코스로 여겼다는 점에서 안 대법관 임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밖에도 `비법원·비검찰`로 첫 재야 출신의 김선수 대법관을 임명하는 등 대법관 구성의 실질적 다양성에 많은 힘을 쏟았다.

대법원의 전원일치 판결이 크게 줄어든 사실을 놓고 김지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은 “대법관 구성의 실질적 다양화로 인해 소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다 보니 전원일치 판결을 내리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용훈·양승태 비해 파격적 金 대법원장…평의도 활발

법학자들은 김명수 대법원의 이런 수치가 심지어 소수의견을 많이 냈던 `독수리 5형제(김영란·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 대법관)`가 있던 이용훈 대법원보다도 낮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용훈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 96건 중 34건(35.41%)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고했다. 김명수 대법원과 출범 기간을 같이해 보면 21건 중 10건(47.61%)으로 차이가 더 심해진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비대법관 출신인 데다가 전직 대법원장들과 달리 비교적 낮은 기수라는 점이 전원합의체 평의(評議)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원합의체가 서로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의견을 낸다고 하지만 이용훈·양승태처럼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대법원장의 말 한마디의 무게는 달랐을 것”이라며 “그에 반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명 당시에 파격이라는 소리가 많았던 만큼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전원일치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 대법관들 사이에서의 토론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라며 “그 곳에서 나온 반대 의견과 소수 의견이 쌓이면 비슷한 사건의 판례를 훗날 뒤집을 자료로 쓰일 수 있는 만큼 전원합의체에서 전원일치 판결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고등부장 승진제도와 법원행정처 등 뿌리 깊은 법원의 상명하복 문화는 관료화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고 언급하면서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전원일치 판결이 줄어든 것은 관료화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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