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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무와 댄스, 민요와 팝 뒤섞어…'한국의 美' 담은 '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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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17.03.09 05:30:00

국립현대무용단 2017년 첫 작품
한국춤 해체해 현대적 몸짓으로
안성수 예술감독 안무 맡아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 경계 없이
춤 자체의 재미 전하고 싶어"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수 김지연(왼쪽부터)·이주희·장경민·김민지·김현이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동 내 국립현대무용단 스튜디오에서 ‘혼합’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사진=국립현대무용단, 르부아스튜디오 황승택).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소리 좀 들어볼까요? 음악 볼륨 좀 키우고요.”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동의 국립현대무용단 스튜디오. 몸을 풀던 5명의 무용수는 안성수 예술감독의 지시가 내려오자 각자의 위치로 이동한다. 한국 전통음악이 서서히 흘러나오자 한국무용을 전공한 무용수 김지연이 스튜디오 가운데에 선다. 한삼을 양손에 낀 그가 추는 것은 한국 궁중무용인 ‘춘앵전’. 4분 남짓 동안 펼친 전통춤의 우아한 몸짓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통춤 해체해 현대적인 몸짓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이 한국춤을 추는 모습이 생경하다. 하지만 진짜 공연은 ‘춘앵전’이 끝나면서부터다. 전통음악에 이어 등장하는 민요는 이국적인 타악사운드와 섞이면서 서서히 그 형체를 잃어간다. 김지연에 이어 무용수 김현·김민지·이주희가 등장해 한국 전통춤 특유의 몸짓에 변화를 추며 현대적인 춤사위를 펼쳐 보인다. 정점은 유일한 남자무용수인 장경민의 등장. 헤드폰을 착용한 그는 네 명의 여자무용수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다가도 균열을 일으키며 작품을 더욱 속도감 있게 만들어간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그야말로 ‘혼합’의 장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수 김지연이 ‘혼합’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사진=국립현대무용단, 르부아스튜디오 황승택).
‘혼합’(24~2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국립현대무용단의 2017년 첫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국립현대무용단의 새로운 수장이 된 안성수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아 지난해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사업으로 파리 국립샤요극장에서 초연했다.

작품의 포인트는 한국 전통춤을 해체해 현대적으로 다시 구성한 것. 음악 또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사당패의 남도 민요, 거문고와 가야금 산조, 슈만의 피아노 4중주, 아프리카 타악 연주, 여기에 팝송이 한데 섞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검무, 타악의 비트에 맞춘 박진감 넘치는 춤 등이 눈과 귀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무대에 오르는 4명의 여자무용수는 모두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한국무용을 하면서 답답하기도 했다”는 김지연은 “이번 작품으로 전통춤 동작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청일점으로 나선 장경민은 백업댄서 출신. 그는 “여자무용수의 우아한 몸짓에 호흡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편하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 “무조건 재미있을 것”

이날 스튜디오에서 만난 안 감독은 ‘혼합’을 자신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소개했다. 그는 “그동안 제작한 작품을 돌아보면 결국 한국 무용수와 음악 등 ‘한국의 미’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이란 생각에 ‘혼합’을 올해 첫 작품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사진=국립현대무용단, 르부아스튜디오 황승택).
‘혼합’이 지향하는 춤의 해체는 안 감독이 추구하는 현대무용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안 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직후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의 삼분법 없이 해체와 조립을 통해 ‘한국미’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종류와 상관없이 지금 추는 춤이 곧 ‘컨템포러리 댄스’라는 생각에서다. 이날도 안 감독은 “나에게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은 해체를 통해 다른 단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무용의 전통적인 장르구분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의 특별한 이력에서 비롯된 듯하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의 안 감독은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 발레수업을 들으면서 무용계에 입문했고 귀국 후 안성수픽업그룹을 이끌며 장르에 매이지 않는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그가 뒤늦게 춤에 빠진 것은 “내 몸을 가지고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그래서 그에게 춤은 ‘재미’다. 안 감독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무용도 관객이 의문을 갖지 않고 재미로만 빠져들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혼합’을 시작으로 안성수 예술감독 아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오는 6월엔 김용걸·김보람·김설진이 안무가로 참여하는 ‘쓰리 볼레로’를, 7월엔 안 감독의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올릴 계획이다. 안 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며 현대무용도 재미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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