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표적인 경제 원로인 게리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전 미국 재무부 차관보)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산업 보조금이 워싱턴 정가의 주요 화두”라며 이렇게 말했다.
허프바우어 전 차관보는 1970년대 미국 재무부에서 국제조세 담당 국장, 국제무역투자정책 담당 차관보 등을 지낸 원로다. 이후 조지타운대 등 학계에서 이 분야를 다뤄 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 국내 반도체 석학들과 토론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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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바우어 전 차관보의 지적은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과 맞닿아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현 부통령)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전 대통령)의 대선 판세를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은 미국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미국 정치는 한국 산업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허프바우어 전 차관보는 특히 반도체를 거론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보조금 규모는 엄청나다”며 “(둘 중 누가 집권하든)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은 통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통해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이 보조금을 얼마나,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투자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허프바우어 전 차관보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 역시 다른 주요국들처럼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 기업들은 워싱턴 대관을 일제히 강화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전자 북미법인 등을 포함한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 대관 자금으로 354만달러(약 48억원)를 지출했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현대차, SK, LG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