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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난생 처음 접하는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는 막연한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대구 신천지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고 갑자기 수 백여명의 환자들이 몰려들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후 보건복지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김천의료원에서 근무 중인 강성희 간호감독은 지난 2~4월 70일간 268명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전담했다. 경력 32년 차의 베테랑 간호사인 강 감독도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는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였다.
당시 김천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지만 백신과 치료제는 물론 치료에 대한 기본 메뉴얼조차 없었다. 그는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가 코로나 초기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면 환자들이 들어온 후부터는 레벨D 방호복이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숨조차 쉬기 힘들었고 고글에 찬 습기로 앞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탈의 시 감염 위험이 높았기 때문에 방호복을 입기 전에는 물조차 먹을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환자들이 작은 병실에서 최소 3주 이상 격리돼 있다 보니 다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고, 몇몇 치매를 앓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침을 뱉는 등으로 의료진들의 정신적 고통도 적지 않았다”며 “3개월간 이어진 코로나와의 사투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신체적 한계를 넘어 사명감과 정신력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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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의료원에서 근무하는 400여명의 의료진과 직원들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우리 의료진들은 묵묵히 코로나19와 총성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룬 용사들을 위로하고 신체·정신적 치유를 위해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과 공동으로 숲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어려운 환경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감염병 전담병원 소속 의료진과 가족 등이다.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 선별진료소 전담인력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앞서 산림청은 국립부곡병원 의료진과 가족 등 18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참여자들의 근심·두려움 정서가 뚜렷하게 개선됐고, 긴장·분노·우울·피로 감소 및 활력 증가가 확인됐다.
산림청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전국 국립산림교육치유시설 13개소에서 감염병 전담병원 75개소 소속 의료진과 가족 등 5700여명을 대상으로 숲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숲 치유는 당일형과 숙박형 등으로 나눠 산림치유인자를 활용한 복식호흡이나 해먹체험 등 휴식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한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산림청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추세와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 숲 치유 지원을 코로나19 대응 인력 전반과 피해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7~8일 경북 영주의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진행된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천의료원 김세인 간호사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병원에서는 물론 가족들에게 코로나19가 전염되지 않도록 식사와 모든 생활을 따로 하는 등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계속된 스트레스로 우울한 감정이 찾아왔고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집과 병원이 아닌 숲으로의 여행은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비를 입고 숲길을 걷는 동안 들렸던 비 소리와 개울물 소리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고, 스스로 성찰하며 치유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숲 치유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앞장서서 대응하는 의료진들을 위한 국민의 보답”이라며 “앞으로 숲을 활용해 코로나19 사태로 저하된 국민의 마음과 건강을 돌보고 사회적 활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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