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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B 시장은 식료품을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지금은 의류, 가전, 뷰티, 보석, 가구 등으로 전선을 넓혔다. 이마트만 해도 피코크(식품), 일렉트로마트(가전), 센텐스(뷰티), 데이즈(의류)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PB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PB 시장이 다양해지자 마케팅 차별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충성고객 확보차원에서 기획한 PB 제품이 일반화하면서 차별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CU가 대표적이다. CU는 방송사와 손잡고 ‘편스토랑’ 프로그램을 제작해 해당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기획한 제품을 PB 상품으로 판매하며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마장면은 출시 첫 날에만 5만개 이상 판매돼 간편식품 카테고리에서 하루 판매량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제반작업을 진행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틈새시장을 겨냥한 PB도 활발하다. 현대홈쇼핑은 1~2인 가구에 특화한 ‘괜찮네’(ㄱㅊㄴ) 브랜드로 틈새 가구 시장을 공략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17년 다이아몬드 중심의 쥬얼리 PB 브랜드 ‘아디르’를 론칭하며 력셔리 PB 시장을 개척했다. 가성비만 앞세웠던 PB 시장이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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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는 유통업계의 매출 효자 상품군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GS25가 팔도와 손잡고 2014년 선보인 ‘유어스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출시 이후 용기면 시장에서 왕뚜껑 등과 매출 순위 1~2위를 다툴 정도로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CU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쫀득한 마카롱’은 출시 3달 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개를 돌파했으며 지금도 월 평균 100만개 이상 판매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PB 비중도 확대 추세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총 매출 중 PB의 비중은 2007년 10.0%에 불과했지만 2019년 36.2%로 3배 이상 신장했다. 편의점 업계가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해온 점을 고려하면 PB 상품군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통 플랫폼을 떠나 전문점으로서 경쟁력도 발휘하고 있다. 노브랜드(NoBrand)가 대표적이다. 2015년 론칭한 노브랜드는 카카오버터, 감자칩 등 기존 제품 대비 절반 이하의 가격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2016년에는 PB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전문점을 오픈했다. 현재 1000여개의 노브랜드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전문점은 전국적으로 250여개로 늘었다.
노브랜드는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적자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올 들어 환골탈태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5억원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진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대표 PB 브랜드이자 높은 접근성에 노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신규 출점에 속도조절을 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비효울 점포를 정리해 수익성 개선을 꾀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코로나19는 유통업계에 어려움을 가져왔지만 PB제품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수요가 늘어난 휴지 등 생활필수품의 수출길이 열린 것. 홈플러스는 지난달 6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Qoo10(큐텐)에 자사 PB 브랜드 휴지를 수출했다. 이마트24는 지난 3월 민생휴지를 호주에, 민생휴대용티슈를 홍콩에 각각 선적했다. GS25는 냉동 간편식, 즉석식품, 용기면, 화장지 등 150여 종의 PB상품들과 집기류를 포함한 60여 종의 비 식품류 상품 14억원 어치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CU는 미국, 중국, 호주, 네덜란드 등 10여개국에 PB 상품을 수출하며 국내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이마트는 기초화장품 전문 브랜드 센텐스(SCENTENCE)로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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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국내 PB의 시작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이 판매한 ‘입체 와이셔츠’가 국내 최초의 PB다. 입체 와이셔츠는 체형별, 신장별로 600여종을 개발해 실용신안 특허까지 받았다. 신세계백화점은 1970년대부터 공작새란 의미의 ‘피코크’란 브랜드로 입체 와이셔츠를 판매하며 국내에 PB 개념을 도입했다. 국내에 PB를 알린 피코크는 2000년대 초반에 사라졌다. 이후 이마트에서 피코코의 DNA를 물려받아 2013년 식품 브랜드로 부활했다. 200여종으로 출발한 이마트 피코크는 현재 1000여종 이상으로 늘었으며 피코크 전문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성장했다.
PB의 역사로 보면 ‘피코크’가 최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본격적인 PB 시장의 형성은 1996년 이마트에서 선보인 ‘이플러스 우유’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때부터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PB 시장에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와 백화점, 홈쇼핑, 이커머스 업계까지 유통업계가 앞다퉈 PB 시장에 뛰어들면서 24년간 양적·질적 진화를 이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PB 제품이 값싼 가격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면 최근에는 품질을 개선한 프리미엄 제품도 나오고 있다”며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PB를 찾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