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화로 만난 소리꾼 박인혜는 정동극장 2020 레퍼토리 ‘적벽’ 공연 취소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총 45회 예정으로 지난 2월 14일 개막한 ‘적벽’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단 9회만 공연한 뒤 2월 24일 중단됐다. 세 차례 연기 끝에 7일부터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연장됨에 따라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
다만 ‘적벽’을 만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는 8일 오후 7시 정동극장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박인혜는 조조 역을 맡아 이날 온라인 공연에 나선다. 그는 “아직 남은 공연을 위해 지금도 세세한 수정을 하면서 배우, 창작진 모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웃었다.
‘적벽’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적벽가’를 뮤지컬과 현대무용의 요소를 차용해 재해석한 작품이다. 2017년 정동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매년 무대에 오른 정동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다. 올해는 박인혜를 비롯해 소리꾼 안이호, 정지혜 등 다방면의 활동으로 국악계가 주목하는 유명 소리꾼들이 주요 배역에 캐스팅돼 공연계의 관심을 모았다.
박인혜는 안이호와 함께 조조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의 배우 겸 음악감독으로 ‘판소리 오셀로’ ‘필경사 바틀비’ 등의 1인극을 주로 작업해온 박인혜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박인혜는 “소규모 프로덕션의 작업을 주로 했기에 ‘적벽’ 같은 역동적인 작품과 잘 맞을지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적벽’은 개막 이후 매회 전석 매진에 가까운 관객 동원을 보였다. 특히 박인혜의 조조 연기에 마니아 관객들 반응이 뜨거웠다. 박인혜는 함께 작업한 후배 소리꾼, 배우들에게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박인혜는 “동남풍 대목에서 무대 뒤에 있으면 열심히 하는 배우들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후배들이지만 작품에 임하는 열정적인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적벽’의 취소가 아쉬운 또 다른 이유는 아직 무대 기회가 많지 않은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 만드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작품으로 출발한 ‘적벽’에는 초연부터 함께 해온 젊은 소리꾼, 배우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박인혜는 “‘적벽’은 국악계에서 드물게 많은 주목을 받은 공연이기에 젊은 소리꾼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못 오게 된 상황이 더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적벽’을 준비해온 박인혜는 9회 공연 중 5회만 출연하고 ‘적벽’과 이별하게 됐다. 박인혜는 “개인적인 작업도 있다 보니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적벽’이 다시 올라갈 때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