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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 유발 교통사고 사망자수, 6년새 40%↑
고령운전 택시가 위험한 이유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운행시간이 길고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도가 높아 고령택시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는 2011년 605명에서 2017년 848명으로 40.2%(243명) 늘었다.
이 기간 비고령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 4594명에서 3336명으로 오히려 27.4%(1258명)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는 올해 2월 내년부터 65세 이상 택시기사는 3년, 70세 이상은 매년 자격유지검사를 받도록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이전까지는 고령 택시기사에 대한 운전제한제도가 없었다.
해외에서는 많은 나라들이 70세 이상 노령층에 대해서는 운전면허증 갱신주기를 단축하고 안전운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갱신주기는 2~3년 수준으로 우리나라(5년)보다 짧다. 택시뿐 아니라 일반 운전자 모두에게 해당한다.
일본은 운전면허증 갱신주기를 나이에 따라 세분화했다. 70세 미만의 경우는 5년, 70세는 4년, 71세 이상의 3년마다 운전면허 갱신을 해야하고 면허갱신마다 안전교육 강습을 받도록 하고 있다.
택시운전의 경우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아예 만 65세 이상은 개인택시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만 75세 이상은 개인택시를 양도할 수 없게 했다. 75세 이전에 개인택시 영업을 정리하도록 사실상 강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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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에서는 자격유지검사 연령인 ‘65세 이상’이 너무 낮다는 불만이 나온다.
법원은 1989년 대법원 판결 이후 줄곧 노동 정년을 60세로 보는 판례를 따라왔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노동이 가능한 한계 나이를 뜻하는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법원은 하급심이기는 하지만 택시기사의 경우 2014년에는 68세, 최근에는 73세를 가동연한으로 보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김도길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기획부장은 “80~90대 아주 연로한 분들이라면 몰라도 요즘 65세를 요즘 시대에서 누가 노인이라고 보냐”며 “개인택시는 사유재산인데 건강한 사람한테 일정 연령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택시 운전자일수록 자격검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일률적으로 특정 나이에 따라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행정력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아무런 기초자료 없이 단순히 나이로만 택시운전의 자격기준검사를 강화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며 “우리가 일반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의심소견이 있는 사람만 정밀진단을 하는 것처럼 개별 운전자별로 사고이력이나 법률위반 건수 등을 확인해 사고유발가능성이 높은 사람만 선별해 정밀검사를 통해 자격 유무를 따지는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의 건강정보를 운전면허자격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 건강기록을 관리하는 건강보험공단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국토교통부나 교통안전공단 등과 운전자의 건강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65세 이상이라도 병력이 전혀 없이 정정한 분들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 더 젊더라도 심장관련 질환이나 치매 등 병력이 있으면 신체능력이 떨어져 운전을 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택시영업은 개인의 사유재산권보다 해당 택시를 안전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는 시민들의 공공의 이익이 앞서기에 택시기사에 한해서라도 건강정보를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국민건강보험이 단일화돼 있어 건강정보에 대한 공유만 가능하다면 택시영업 자격유무를 따지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