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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대학생 김필주씨 "남북간 문화적 차이 좁혀야 통일 가까워져"

김소연 기자I 2018.04.30 06:00:00

경쟁 사회·언어문화적 차이로 정착 초기 고생
"앞으로 탈북민 역할 커질텐데 관련 연구 없어"
정부가 남북 문화차이 극복·탈북민 인식 개선 나서길

가톨릭대 2학년인 김필주씨는 탈북민에 대한 연구를 통해 향후 발생할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필주씨 제공)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탈북민이 3만명을 넘어섰지만 탈북민에 대한 연구는 부족합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남한과 북한을 모두 경험한 탈북민의 역할 커지지 않겠습니까.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라면 탈북민 연구를 통해 미래에 통일사회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가톨릭대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복수 전공하는 김필주(33)씨는 지난 2006년에 한국에 들어왔다. 그가 실제로 북한에서 나온 것은 2002년, 중국에서 4년간 체류하다 21살에 입국했다.

올해로 한국생활 13년째인 그는 남북간 문화 차이와 탈북만에 대한 편견으로 정착까지 어려운 고비를 여러번 넘겼다. 북한에서 중학교를 중퇴한 그는 한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 검정고시 과정을 거쳤다. 1년 반 동안 검정고시 공부를 하면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어렵게 한국외대 중국어전공 09학번으로 입학했지만 3년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김 씨는 경쟁 사회에 적응하는 것, 언어 차이를 극복하는 것 두 가지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인식하게 된 것은 ‘경쟁 사회’라는 것이었어요. 여기에서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필요했어요. 그나마 내가 남들보다 나은 일을 찾아보니 중국에서 4년간 체류한 것이더군요.” 김씨가 중국어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한 이유다.

하지만 처음 겪는 대학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워낙 외래어를 너무 많이 사용해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고, 문화 차이로 내 뜻을 오해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결국 대인관계에도 문제를 겪게 됐다”고 했다.

“탈북민들, 특히 먹고살기 위해 탈북한 ‘생계형 탈북민’은 공교육 공백이 커요.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학과 동기들과의 경쟁이 너무 힘에 부쳤어요. 만약 나와 맞는 학문이었으면 극복하려고 노력했을 텐데 모든 것이 안돼 결국 자퇴했죠.”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도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면 좋으련만 탈북민이라고 하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탓인지 나를 다른 시선으로 봤다”며 “나 스스로도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고 돌이켰다.

그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통일까지 가기 위해 문화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는 청소년 심리 상담이라는 꿈이 생겨 가톨릭대 사회학과·심리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됐다”며 “가톨릭대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동기들을 만나면서 탈북민에 대한 인식도 바꾸고, 남북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역할도 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남과 북 공동체가 서로를 너무 모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금처럼 남북간의 화해 분위기가 지속돼 통일이 된다면 지금, 오늘은 역사가 됩니다. 역사의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다음 세대에 역사를 교육하는 게 목표에요.”

그러나 실제 탈북민들은 숨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시선이나 편견에 맞서 싸우기 어렵고, 정착을 위해 다른 부분을 신경 쓸 겨를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에서도 국적을 회복해주고 생계비 지원·영구주택 임대 등 살아가면서 필수적인 요소, 정착을 위한 것은 해결해줬다”며 “이제는 탈북민에 대한 인식개선, 남북 문화 차이를 줄이는 문화적 개선에도 힘을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평화를 향해 나가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평화 통일은 탈북민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염원이다.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나”라고 웃었다.

남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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