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불붙은 촛불은 국민 요구가 수용되기 전까지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헌정질서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이 땅에 올바른 정치 풍토를 구축해야 한다는 함성이다. 수많은 인파가 집결했으면서도 질서있게 시위를 마무리한 데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번 일련의 사태에 우리 모두의 ‘원죄’도 간과할 수 없다. 지도자를 제대로 뽑지 못한 업보인 셈이다. 여기저기서 국정농단이 자행되고 있었으나 사회적인 고발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그런 점에서 “헬조선이라고 말하기 전에 투표부터 하라”는 조정래 작가의 질책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가 최근 자신의 소설 ‘정글만리’ 영문판 출간 기념회에서 젊은이들에게 충고한 얘기다. “20~30대들은 총선이든, 대선이든 투표율이 25%밖에 안 된다”며 “선거 때면 놀러 가는 사람들이 헬조선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릇된 정치 풍토에 분노하면서도 정작 투표 때는 무관심한 세태에 대한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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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든, 국회의원 선거든 모든 선거는 개인의 삶은 물론 나라 전체의 운명까지 좌우하기 마련이다. 평화적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성숙한 시민의식이 정치가 바로 서고 나라가 발전하는 동력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정국 수습 여하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적지는 않다. 위정자의 잘못에 분노하는 촛불집회가 다시는 열리는 일이 없도록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